회원가입 | 기사쓰기 | 전체기사보기
교육 복지 여성 사건/사고 사회일반 행정 의정 정치일반 농업 생활경제 지역경제 경제일반 공연전시 생활정보 스포츠 문화일반 동정 경산사람 미담 독자마당 칼럼 사설 만평 시큰둥만화 시민기자 임당발굴 30주년 특별기획 경산미래농업, 해답을 찾다 지난 기획특집 바람직한 역사공원 조성 모델을 찾아서 도농교류, 농촌체험관광 지역살리는 협동조합 재래시장 탐방기 그림 그리는 의사 임종식의 경산이야기 지상인문학강의 경산인물열전 현방탐방 구술로 푸는 경산 100년사 일본 생협 슬로카페를 가다 현장탐방 경산 대표음식 특집 지역소식 경산 도시건축의 생애사 이제는 탈핵이다! 독서감상문대회 천작가의 it book, it movie 카드뉴스 쏙쏙뉴스 계남마을 시인의 농사편지 미디어 리터러시 (공동기획취재) 최승호의 뉴스브리핑
최종편집:2019-06-20 오전 11:19:12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시민기자
뉴스 > 문화일반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소쇄원의 얼굴
2019년 05월 30일(목) 10:42 [경산신문]
 
대나무 길을 따라 걸어가니 가을이 펼쳐진다. 아담한 규모의 정원, 소쇄원이다. 개인의 손에 가꿔진 정원이라는 점에서 놀란다. 어떻게 산을 정원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계곡을 끼고 다소곳하게 앉은 몇 채의 건물이 새색시처럼 앉아 있다.

소쇄원은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자리 잡은 원림(園林)이다. 1530년 중종 25년에 기묘사화로 스승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죽자, 양산보는 그 충격으로 벼슬길을 등지고 고향으로 낙향한다. 그는 마음을 달래고 벗들과 함께할 소쇄원을 지었다. 한국의 정원 중에서 최고라는 칭송을 받는 이곳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건물을 놓았다.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정원이다.

소쇄원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들은 터라, 가는 동안 나는 거대한 정원을 보게 될 거란 기대에 마음이 설렛다.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산에 만들어진 정원이라 해서 웅장함을 예상했던 모양이다. 중국이나 유럽의 정원에 비견할 소쇄원을 상상했는지도 모른다.

생각과는 다른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난 소쇄원의 모습이라니. 덩그러니 놓인 광풍각(光風閣)과 제월당(霽月堂), 그리고 초가지붕을 인 정자 대봉대(待鳳臺). 한눈에 들어오는 규모의 소쇄원은 단풍만 아름다웠을 뿐, 전경은 초라하게 다가왔다.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공사하느라 관람객의 진입을 막아놓은 상황이다. 멀리서 왔는데, 또 언제 올지 기약도 없는데 겨우 이런 광경을 보려고 새벽부터 서둘렀나 싶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서려는데 정자 옆에서 누군가가 우리 일행을 부른다.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콕 집어 우리를 부른 그녀는 일흔이 넘은 문화 해설사였다.

그녀의 해설을 듣고 나서 다시 바라보는 소쇄원은 아름답고 멋진 정원이었다.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과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 물이 흘러가게 만든 통나무 물길, 틈틈이 심어 놓은 나무와 꽃과 풀이 단조롭지 않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디서든 정원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큰 나무도 심지 않았다. 손님이 찾아와 기다리는 초가 정자의 이름을 ‘봉황을 기다리는 곳’으로 지은 주인장의 마음이 소쇄원 곳곳에 드리워져 빛났다.

어디 그뿐인가. 네모로 만든 연못에 나뭇잎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마치 낚시를 하는 듯한 운치를 자아낸다. 철마다 다양한 꽃을 보게끔 가꾼 화단도 새롭게 쳐다본다. 봄엔 창포의 청아함으로, 여름에는 풀잎의 싱그러움으로, 가을에는 단풍의 화려함으로, 겨울에는 고드름의 단아함으로 얼굴을 바꿔가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선비의 정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나무를 심어 계절의 변화를 조화롭게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소나무, 측백나무, 배롱나무 몇 그루만 남아있다.

손님이 광풍각에 이르러 주인을 부르면, 주인은 제월당에서 손님을 마주 대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옛 주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음이 통하는 벗이 멀리서 찾아와 광풍각에서 시를 한 수 읊으면, 제월당에서 글을 읽던 주인이 멋들어진 시로 화답하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멋진 광경이 아닌가.

설명을 듣고 다시 소쇄원을 보니 볼거리가 한가득해진다. 작고 초라하던 정원이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다. 미처 보지 못했던 네모난 인공 연못에 노니는 물고기도 눈에 들어 온다. 정원 곳곳에 숨어 있는 옛 주인의 마음이 바람결에 실려 오는 듯했다.

창포가 무성하고 벚꽃이 흐드러진 소쇄원을 마음속으로 거닐어 보았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한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놀고 싶었다. 물이 흘러가는 통나무 길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을 따보겠다고 어린애처럼 손 내미는 내가 상상되기도 했다. 가을의 소쇄원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의 풍경까지도 보고 싶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예요.”
실망스럽다고 사진만 찍고 돌아가려 했던 내가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바라본 소쇄원은 초라한 초가집처럼 느껴졌다면, 설명을 듣고 바라본 소쇄원은 정겹고 아름다웠다. 정원의 연원과 건물의 배치 의도, 자연과의 조화를 훼손하지 않은 정원의 구도 등 진면목을 볼 줄 몰랐던 내 안목이 문제였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또 얼마나 많은 소쇄원을 만나게 될까. 첫눈에 본 인상만으로, 겉모습만으로 다 안다고 오해하고 곡해한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인 양 섣불리 판단하고 단정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늘 내가 본 소쇄원을 떠올려 보기로 하자. 그러면 보이지 않던 장점도, 더 큰 비전도, 숨어 있던 마음도 볼 수 있으려나.

안정은

 
ⓒ 경산신문 

대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수필 ‘백설의 봄’으로 등단(수필미학)
경산문인협회 정회원
동서문학상 아동문학부분 맥심상
동서문학상 소설부분 맥심상
gsinews@gsinews.com
“경산신문은 경산사람을 봅니다. 경산사람은 경산신문을 봅니다.”
- Copyrights ⓒ경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산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경산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연예인 강연료
西芝 김윤식 시인 생가 표지석 제막
오일장의 비화
한국걸스카웃 경산지구 30주년 기념
“힘찬 도약 미래를 향한 도전”
제24회 전국청소년유도선수권대회 ..
내 친구
경산자인단오제, 변화의 시작
경북도의회, 독도서 본회의…독도수..
경북도, 국립영천호국원에서 현충일..

최신뉴스

텅빈 하양우시장 공영주차장  
이덕영 자유한국당 전 당협위원장,..  
새해 예산안 9500억원 심사  
“더 나은 내일, 행복한 경산”  
하자경만평  
서부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빗..  
교육장기축구 옥곡초 경산중 문명..  
경산중 소년체전 럭비우승 축하연  
D / 김지율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다면?  
西芝 김윤식 시인을 추모하며  
하양읍, 불법 쓰레기 투기 합동단..  
서부1동, 생활쓰레기 불법투기 특..  
안동대 우수창업보육센터 최우수상..  
경북도, 2019 서울국제관광산업박..  


인사말 연혁 사업영역 조직도 편집위원회 편집규약 윤리강령 윤리실천 요강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광고/구독안내
상호: 경산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15-81-03551/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경안로 173(중방동) 2층 경산신문사 / 발행인.편집인: 최승호
mail: gsinews@gsinews.com / Tel: 053)815-6767 / Fax : 053)811-7889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다-1002호 / 등록일 : 2010.12.06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