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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숨은 정답
2018년 08월 07일(화) 15:59 [경산신문]
 

 
ⓒ 경산신문 
영화는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 래다. 어느 평론가가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젠가 영화가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을 담은 영화를 그냥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면 되겠지만 어 떤 영화는 숨겨두거나 생략한 것들을 해석해야 제대로 읽히기도 한다. 허나 제대로 영화를 분석하는 방법보다는 그냥 영화를 보다가 마음이 팔랑이는 사소할지도 모를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밀리어네 어>를 보았다.
인도 뭄바이의 끝없이 펼쳐진 다라 비 슬럼에서 나고 자란 빈민가의 아이 인 자말과 살림, 라티카에 대한 이야기 다. 전작 <트레인스포팅>에서 방황하는 청년들의 질주 장면을 이미 보여주었지 만 초반에 골목 구석구석을 질주하는 가난한 아이들은 운명처럼 그들에게만 가혹한 경찰이 뒤따르기 때문인지 더욱 아프다. 그들의 세상은 앞으로도 그러 할 것이다.
세계 곳곳의 슬럼에서 자라는 아이들 이 그런 것처럼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 지 못한 자말이 최고의 상금이 걸린 퀴 즈쇼에 출연한다. 문제는 자말이 인도 전역에 방송되는 그 퀴즈쇼에 출연해서 우승을 하면서부터 발생한다. 방송사 에서는 뭔가 속임수를 사용했을 거라 고 생각하며 경찰에 신고를 하고 자말 을 유치장에 가두게 된다.
이후 영화는 그가 풀어 낸 퀴즈의 정 답과 그가 살아 온 인생을 교차하며 마 치 문답형식으로 긴박하게 이야기를 풀 어가며 진행된다. 퀴즈쇼의 단계가 올 라갈수록 긴장감은 고조되고 그에 맞 춰 회상되는 살림과 자말의 인생행로 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낸다. 하지 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인도에서 가 장 경제가 발달한 인도 경제의 수도 뭄 바이가 전 세계 슬럼의 수도라는 또 다 른 이름을 가진 것이 아프게 다가왔다.

성장한 도시의 그늘에는 어디에나 슬 럼이 있었다. 전 세계에 숨겨져 있는 슬 럼지역 거주민 대부분은 더럽고 힘든 일에 종사하지만 그들의 삶이 치워야 할 쓰레기는 아니다. 슬럼은 단순히 주 거 문제를 넘어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것이고, 병든 자본주의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 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 지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 시는 회색빛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자리 를 잃은 도시민과 표류하는 농촌의 구 성원을 빨아들일 뿐이다.
이런 상황은 단지 영화 속 인도의 문 제만은 아니다. 우리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인천 등지의 도시빈민 약 72만명을 원래 살던 집에서 쫓아낸,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의 철거민을 만들어낸 과거가 있다. ‘강제철거가 가 장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이루어지는 나 라’라고 어느 NGO 단체에서 비난했 을 정도였다. 데자뷰처럼 북경올림픽에 서도 도시정비 혹은 환경미화라고 이름붙인 철거 소식이 들려왔다. 또 다른 성대한 성과를 내보일 필요가 있는 곳 에서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생각났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이어진 집들은 공동 화장실과 공동수도시설을 사용하고 있었고, 부모님이 일하러 가면 동네꼬 맹이들이 골목 어귀에 모여 앉아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놀았다. 어스름 저녁 에 어른들이 돌아오면 그제야 아이들 은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동네에 선 앞집도 뒷집도 옆집도 다 같이 가난 했으므로 가난에 당당했다. 그 옆 동 네, 그 옆옆 동네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고르게 가난한 이웃들의 존재가 서로 에게 힘이 되는 풍경이었다.
다시 영화 엔딩부로 돌아가 보면, 고 르게 가난했던 슬럼의 아이들 중 권력 과 자본을 탐하던 자말의 형 살림은 결국 죽는다. 자말은 퀴즈쇼에서 우승 후, 어린 시절 동정심과 애정으로 삼총 사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던 고아 소녀, 라티카를 다시 만나게 된다. 퀴즈쇼에 서 속임수를 쓴 것이 아니라 살아온 굽 이굽이에서 퀴즈의 힌트와 답을 찾아 낸 자말처럼 우리가 살아온 과거에 정 답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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