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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_삶과 사람의 무늬 <30> 터널 허남진
2018년 10월 21일(일) 17:01 [경산신문]
 

 
ⓒ 경산신문 
허남진
문예사조로 등단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한국문협 경산지부 수필분과장
경산수필 회장 역임
현재 경산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터널 입구에 들어서면 환했던 시야가 좁아져 온다. 갑자기 좁아진 세상.잘 들리던 라디오도 지직거리기 일쑤이고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앞을 잘살펴야 한다. 터널 입구에 들어서면시야를 먼 곳으로 두어야 사고 위험이 줄어든다. 천정이나 가까운 곳을응시하고 있으면 조명등으로 인한눈부심 때문에 어지럽다. 우리의 삶에도 터널이 있다. 이런 삶의 터널을통과하려면 많은 인내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몰두하여 먼 곳을 응시하지 않으면 괴로움의 늪에 빠지기 쉬운 법.지금 난 삶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 아침마다 제법 굵은11개의 약을 먹어온 지 두 달이 넘었다. 아침 공복에 알약을 많이 먹으니복용 초기엔 몸 전체에 발진이 생겨병원 신세를 졌다. 출근하려니 약 부작용으로 어지럽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하여 하루 종일 독한 약 기운과의 사투를 견디어 내야 했다. 그런 날이 지속되자 앞으로 남은 오랜 시간을어떻게 견뎌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들은 바로는 이 약 때문에 간이 많이 나빠진다고 하며, 한번 나빠진 간은 회복 불가능이라 한다. 어떤 사람은 그 약 기운 때문에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렵다는 말도 했다.그동안 멀쩡하던 내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다. 직장 건강검진 결과로받아든‘ 결핵’이라는 진단. 처음엔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 했다. 내가 가난한 나라에서 많이 걸리는 결핵이라는 병에 걸리다니…. 두 달 전 의사로부터 투약 6개월 명령을 받았다. 꾸준히 6개월을 먹어야 완치가 되고, 그기간 중에는 반드시 금주를 하란다.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병과 싸우기도 했지만 이번만은 그리 호락호락한 녀석은 아니다. 나이 쉰일곱에 강적을 만난 격이다. 터널에 진입한지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깜깜함 속이다. 스무 살 이후 이렇게 오래 금주한 것이 처음이다. 일주일에두세 번 이상 즐기던 술자리를 끊으니 도무지 삶이 재미가 없었다. 모임에 가서도 음료수 한두 잔으로 술자리를 견뎌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구하는 지를 체험하는 중이다.
평소 나를 걱정해주던 지인은 내이야기를 듣더니 자기는 기왕 알아버렸으니 하는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결핵이란 말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나를 걱정해주는 뜻인 줄은 알았지만‘ 전염성이 없는 병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하고 좀 서운하기도 했다. 그만큼 주위 사람들이 인식하기로는 결핵이 위험스런 병이라는 뜻도 된다. 만일 폐결핵이었다면 휴직을 해야 했을 터이니 사람들의 인식에는 결핵이라고 하면 꺼려지는 것은 사실인 것이다. 이번 대장 검사를 하면서 용종을 떼어내어 조직검사를 한 적이 있다. 검사 후 결과가 나올 일주일동안 암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결과가 암이 아니라 결핵이어서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것은 대수롭게 넘길 일은 아니었다. 술자리에서 금주를 하는 일로주위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척 당혹스러웠다. 도로교통 법에서 터널은 추월 금지지역이다. 살아가면서 성급하게 가려고 남을 앞지르는 반칙을 쓰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또한 터널 안은 공기가 나빠서 창문을 열어놓을 수가 없다. 숨을 참고 가스실에서 견뎌야 하는 군사훈련에서처럼 그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한다. 지금 내 생활도 바로 이런 시간의 연속이다. 약을 먹는 일, 금주, 무리하지 않아야하는 것, 더구나 감기 같은 다른 질병에 걸려 더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 일도 없어야겠기에 지금 현재까진 잘 지키고 있다. 생각해보면 인생살이에 있어서 길고 짧은 터널을 지나왔다. 그것이 어떤 것이었든 그 순간들을 잘 견뎌왔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일 게다. 현재 내가 견디고 있는 이 시간도 슬기롭게 잘 참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지금 시간을 잘 못 견딘다면 더많은 시간동안 더 큰 대가를 치룰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긴장이 된다. 시련을 통해 쇠가 더 단단해지듯 내 삶의 의지 역시 그럴 것이리라. 내 삶에 놓인 이 터널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까지 건강에 대해 안이하게 살아온 데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한 것이었을까? 불룩한 뱃살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내장 비만, 수치가 올라가는 콜레스테롤. 이것이 내 건강의 현주소이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탈출하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걷는데 중학생 하나가나와 마주치면서 “선생님 코가 예뻐요.” 아직은 내 뱃살보다 코가 더 눈에 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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