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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산동 역사평화공원 조성, 진실화해위 권고 이행하는 것”
바람직한 역사공원 조성 모델을 찾아서…⑤ 기 조성된 기념공원의 문제점 분석 및 청사진 제시 <최종회>
2012년 09월 10일(월) 10:46 [경산신문]
 
“경산코발트광산은 한국전쟁기 좌우 갈등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희생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이다. 따라서 정부는 경산코발트광산 현장을 잘 보전하여 군인과 경찰, 공무원을 비롯해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일반인에게 공개함으로써 평화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의 장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 11월 17일 국가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경산코발트광산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내용이다.
진실위는 이 결정문에서 국가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무고한 민간인을 유사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한다는 계획 하에 법적 절차 없이 집단적으로 사살하고, 그 후 지금까지 유족들을 슬픔과 고통 속에 살아오게 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슴 속에 고통을 안고 있는 수많은 희생자 가족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더불어 지역사회의 화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군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별도의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의 위령제 봉행, 위령탑 건립 등 위령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기 발굴된 유해에 대한 향후 안치 및 처리문제와 여전히 광산 내부에 산재해 있는 유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최근 경북도와 경산시가 평산동 코발트광산 역사체험관광지 조성에 나선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사업의 성격이 비록 일제의 지하자원 수탈현장을 복원해 국민들에게 공개한다는 의미가 짙지만 사건 발생이후 1960년부터 무려 50여 년간 줄기차게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외쳐온 유족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실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위령사업 실시 등을 권고한 지 만 2년이 지나는 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던 상황에서 지자체의 역사체험관광지 조성사업으로 미흡하나마 역사적 현장에 대한 보전과 후세대 교육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 김상숙 전 조사관은 지난 6월 8일 개최된 ‘평산동 역사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학술세미나’에서 “평산동 코발트광산 역사평화공원 조성사업은 이 사건과 관련된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사업이며, 동시에 이를 평화도시, 교육도시로서 경산시의 비전과 연계하여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조사관의 발표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내 추모공원의 성격과 장단점
앞서 기획기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추모공원은 거창사건추모공원,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 노근리평화공원, 제주4·3평화공원 등 4곳이다. 지역통합형 공원인 4·3공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공원은 단일사건 추모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 거창사건추모공원

ⓒ 경산신문

거창사건과 산청함양사건의 경우 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해 국가가 최초로 잘못을 인정한 사건이며, 관련자들의 명예회복 및 위령사업, 배보상 방식에 관해 최초로 논의된 사건으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거창사건추모공원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은 단일사건에만 집중된 위령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전 조사관은 이 두 공원이 “동일한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함께 묶일 수 있음에도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었으며, 이 때문에 추모공원이 따로 조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 등에 의해 희생된 다른 지역 희생자들과 이 사건 희생자들을 이어주는 고리는 거의 없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즉 국군이나 경찰 등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실상이 과거보다 많이 밝혀진 현재, 단일사건에만 집중된 추모공원의 모델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참배객, 방문객 수가 적은 것에 비해 일정한 예산을 들여 파견 공무원들이 관리하는 현실에 비추어, 추모공원 건립은 국가예산 낭비라는 인식을 불러 일으켜 다른 지역의 추모위령시설 건립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며 “실제로 거창사건추모공원의 경우 해마다 유지관리비와 보수비용도 필요한데 국회에서는 지자체 소속 시설에 왜 해마다 국비를 줘야 하는가 하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족들 스스로도 막대한 국비를 지원 받아 공원을 조성하였으나 공원이 너무 넓어서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하며, 특히 유족 1세대가 죽고 나면 사실상 장기적으로 관리가 힘들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 노근리평화공원

ⓒ 경산신문

노근리평화공원도 거창사건추모공원을 모델로 한만큼 단위 사건 중심의 위령공간이다. 즉 한국전쟁 당시 발생한 다른 미군 관련 사건이나 다른 가해주체에 의한 민간인희생사건과는 분리된 채 노근리 사건의 고유성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김 전 조사관은 “2012년부터는 유족회가 중심이 된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인건비 예산이 매년 별도로 편성될 수 있는지, 유족 1세대 이후에 관리인력 수급이 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유형의 추모공원은 지역공동체와 단절된 점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거창사건의 경우 추모공원이 만들어질 때까지 몇몇 시민단체에서 유족회와 함께 운동을 펼쳤지만 추모공원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시민단체 및 지역공동체가 함께 할 여지가 부족해지고 유족과 시민단체 간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실제 NGO에서 평화인권예술제 등 국제행사까지 개최하고 있으나 유족들이 반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대수 거창국제평화인권예술제 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본지 2012년 8월 20일자)
이에 대해 김 전 조사관은 “지역공동체가 함께 사건을 기억하면서 후세가 이용할 수 있는 미래형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추모공원 내부에 다용도 광장과 같이 유족 이외에도 진상규명운동에 참여한 NGO 등 지역주민이 함께 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위령시설을 조성하거나 운영하는 과정에도 마찬가지다. 위령시설 공모 시에 지역의 시인, 문화예술가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관련 시민단체와 평화반전운동 경력자에게 점수를 더 준다든지 하는 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공원의 형태도 거창사건추모공원과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은 국립묘지 현충원을 모델로, 유족세대의 문화적 감각을 반영하고 불교나 유교의 추모기풍에 근거한 20세기 형식으로 조성하여 외부의 방문객이나 젊은 세대들이 보았을 때는 이질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의 경우 공원이 산을 깎아 만든 형태여서 위패봉안각과 위령탑 등 주요 추모시설이 고지에 있고 올라가는 계단이 가팔라 참배객들, 특히 노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전 조사관은 “거창사건추모공원과 노근리평화공원의 경우 실제 희생지가 공원 외부(박산묘, 쌍굴다리)에 위치하며 공원에 비해 관리가 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조사관은 “이 공원들이 농촌지역의 정주형 촌락 안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유족들이 상시적으로 관리가 가능하고 또한, 운영 면에서는 현재까지는 국가보조금을 받으니 행정적인 어려움은 없다”며 “유족들도 운영에 대해선 불만이 없고, 또한 지역공동체 안에서 추모공원 건립이나 운영에 대한 정치적 반대파도 없어 유족 주도로 지역공동체 참여형 공간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 제주4·3평화공원

ⓒ 경산신문

반면에 제주4·3평화공원은 지역통합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김상숙 전 조사관은 “제주4·3평화공원이 거창사건추모공원이나 노근리평화공원과 비교해서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점은 위령사업의 지향점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라며 “이는 제주4·3평화공원 내에 위치한 제주4·3평화기념관의 전시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4·3평화기념관은 해방 이후의 정치, 사회, 국제적 배경 등을 조망하면서 그 속에서 제주4·3사건에 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고, 또한 제주4·3사건과 이후 한국전쟁 발발 전후로 해서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고 연속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4·3관련 유적지와 그 유적지에 세워져 있는 위령비나 안내판 등은 파편화되지 않고 매우 잘 정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4·3연구소, 유족회, 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시민단체들의 지원과 연대활동이 활발하고 이들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4·3 관련 사업의 지원이 중심부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추모공원에 비해 공원 내부에 역사교육공간과 참여공간의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 상방동 장고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일제시대 코발트광산 선광장이 현대화된 경산시가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 경산신문


평산동 역사평화공원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1. 희생현장 보존의 필요성
진실규명 결정문에 명시된 것과 같이 경산코발트광산은 한국전쟁기 좌우 갈등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희생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이면서 지금까지 밝혀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지 중 최대의 학살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상숙 전 조사관은 “유해와 유품들도 해가 갈수록 부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희생현장도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전의 국가기관의 부당한 권력행사의 증거이자 우리의 슬픈 역사의 생생한 단면인 학살 현장을 잘 보존하여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며,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학살지 소재 지방자치단체의 수치이자 무능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조사관은 “현재 임시대책으로 현장을 보존하고 있으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체 차원에서 공식적인 현장보존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가 취해지기 이전에 지방자치체에서 앞장서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중앙정부나 경상북도에서 의미 있는 지원을 충분히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2. 생활형 생태문화공간 활용
(사)경산유족회 장명수 이사는 평산동 코발트광산 현장은 희생현장과 유해가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도시인 대구권과 인접한 대학도시 경산에 위치하며 시민들의 주거지역과 근접성이 뛰어나므로 향후 인권평화의 산 교육장이자 순례지로 긴요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 이사는 경북도와 경산시는 평산동 코발트광산 현장 일대를 유해 안치소, 위령탑, 유품과 자료를 보관하는 역사관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여 인권평화 교육장으로 승화시키고 보존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건발생장소를 중심으로 유품 전시와 함께, 일제강점기부터 경산시의 근현대사를 알리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고, 교육관에서 공직자, 시민,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강좌를 여는 한편, 평화음악제, 영화제, 백일장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등의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시민들이 평산동 코발트광산 사건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인식할 뿐 아니라 경산시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면서 인권평화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평화공원 및 교육관을 건설할 경우 도시 주거단지와 근접한 역사평화교육공간의 성격에 시민참여형 생태문화공간의 성격을 부가하여 활용할 수 있다. 즉, 이 공간에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하고 시민참여형 교육관을 운영한다면 추념과 사색, 교육과 학습기능의 복합문화공간 조성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평산동 코발트광산 역사평화공원은 경산시는 물론 전국 각지의 학생과 일반인들이 오가며 들러 인권과 평화와 통일을 명상, 체험하고 돌아가는 명소로 떠올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승호 기자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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