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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함과 넌지시의 위력’ [넛지]
2018년 02월 12일(월) 16:34 [경산신문]
 

ⓒ 경산신문

#산골 마을에는 전기가 없었으니 냉장고도 없었다. 여름철 점심 반찬은 대개 상했을 염려가 없는 묵은지나, 금방 딴 풋고추나 오이, 고추장 된장 약간에 찬물 한 바가지가 다였다. 고기반찬 호사래도, 밥 한 술에 얹는 양 조절에 실패하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짜디짠 염장갈치나 고등어 한 도막이 고작이었다. 여느 해에 마을에 전기가 들어왔고 냉장고가 따라 들어왔다. ‘별 셋’ 산 냉장고는 12만 몇 천원이었다.

아저씨들 산판 일당이 7천원, 어머니들의 읍내 과수원 가지치기 종일 품삯이 3천원이었다. 어지간한 탐이 아니고서는 그만한 냉장고는 그저 언감생심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인 칠순의 할머니와 어린 손주뿐인 집을 빼고는 40여 가구 모두 냉장고를 들였다.

가장 먼저 들인 집은 우리 앞집이었다. 사는 형편은 우리와 비슷했다. 아저씨가 새마을 지도자였다. 직전까지 그 집에 참 자주 드나든다 싶었던 낯선 사람이 냉장고 외판원이었다는 사실은, 그이가 같은 냉장고를 우리집 부엌 부뚜막에 놓은 뒤, 어머니에게 열심히 사용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알았다. 냉장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 외판원 아저씨가 우리집에 온 적도, 어머니에게 냉장고의 효용성을 설명하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

가끔 냉장고를 가장 먼저 들인 새마을 지도자 아저씨와 그 집 아주머니가 어머니에게 ‘냉장고를 들였더니 뭐가 좋고 낫더라’는 자랑은 몇 번 들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마을 지도자 아저씨네나 우리집보다 훨씬 더 잘 사는 집에도, 훨씬 못 사는 집에도 냉장고가 다 들어왔다. 분명 그 외판원 아저씨는 새마을 지도자 아저씨네 집에만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영업을 했을 뿐, 다른 집에는 냉장고를 짊어지고 들어가는 외의 방문은 본 적이 없다.

냉장고 이전인지 다음인지 순서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여닫이문과 다리 네 개가 붙은 14인치 흑백텔레비전과 경운기를 맨 처음 들인 집도 새마을 지도자 아저씨네 집이었고, 역시나 새마을 지도자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냉장고 때와 마찬가지로 틈만 나면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 텔레비전 자랑을 했고, 경운기를 먼저 들인 ‘유세’를 했다. 곧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따라했고, 나머지 집들도 비슷한 순서로 텔레비전과 경운기를 들였다. 짐작컨대, 그 외판원은 분명, 한 마을의 새마을 지도자나 이장만 노린 판매 전략만으로도 막대한 영업실적을 올렸을 게 분명하다.

#여느 해에 잠시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지독히도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친구가 있었다. 야단도 칭찬도 별무 소용이었다. 어느 날 녀석의 수업 태도가 확 바뀌었다. 이유를 알아본 바, 언젠가 녀석에 심부름을 보내며 뒷문으로 나가는 모습에다 ‘뒤태 하나는 진짜 잘 빠졌네. 다 치우고 저 태만 잘 유지해도 여자들에 인기는 많겠다’는 말을 던지듯이 했단다. 어느 날부터 녀석은 노골적으로 자기 뒤태가 멋지지 않냐고, 선생님도 공인해 주셨다고 ‘으쓱’해 하더라나. 온갖 야단과 칭찬도 안 듣던 녀석이 그렇게 은근슬쩍 던졌던 ‘뒤태 인정’ 한 마디에 교정한 수업태도와 제 국어강사에 날리던 호감의 눈빛은 지금까지도 불가사의다.

#가끔 내가 술을 사주마고 불러낸 사람 앞에서 또 다른 지인의 전화를 받을 때가 있고, 누구와 마시는지 묻는 질문에, 간략하게, 후에라도 ‘당신도 알아두면 참 좋을 사람이니까 정식으로 소개해 주마’고 전화를 끊는다. 좀 전까지 평범했던 동석자의 표정이 훨씬 더 밝아져 있는 것도 모자라 내가 사마 했던 술값까지 적극적으로 계산해 버리는 예도 종종 있다.

#누구에라도 직접 듣는 칭찬은 왠지 어색하고 부담스럽거나, 심지어 아부로까지 느껴지면서 그닥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지만, 내 ‘칭찬’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비판이나 부정적인 뉘앙스의 조언도 마찬가지다. 직접 들을 때는 조언이려니 하면서 되레 고맙다는 피드백도 할 여유가 있으나, 누군가로부터 ‘누가 네 비판 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그렇게 불쾌하고 분노가 치밀 수가 없다.

#전날 그렇게 야단을 듣고도 다음 날이면 멀쩡했던 이유가 순전히, 밤에 잠결에 들은 어머니의 ‘어이구 예쁘고 착한 내 새끼’라는 말 덕분일 터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듯이’라는 뜻의 ‘넛지’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말과 설명보다, 간접적이고 은근한, 또는 넌지시 던지는 말이나 행동이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훨씬 더 밀도 높은 영향을 끼친다는 함의를 품은 말이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우리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넛지’스러운 상황을 떠올리고 접목해 가면서, ‘간접과 넌지시’의 의사표현이 어떤 설득과 교합의 위력을 가지는지 이론적으로 밝혀둔 책 한 권정도 읽어두면, 온갖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화를 다스리는데 꽤 유용할 듯.

천명기 편집국장
천명기 기자  joytoo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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