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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바이러스
2018년 06월 06일(수) 10:49 [경산신문]
 

 
ⓒ 경산신문 
나이 예순 살을 일컬어 이순(耳順)이 라고 한다. 귀(耳)가 붙은 것이다. 해석 을 보면 ‘귀 같이 생긴 쥘 손, 귀에 익 다, 들다’ 등이다. 순(順)은 ‘도리를 따르다. 거슬리지 아니하다’이다.

20세 약 관(弱冠),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잘 듣 는 60세 이순이다. 세상에 뜻을 세우는 약관을 지나 홀로서기로 이립하여 불 혹의 나이로 사회의 온갖 유혹과 난관 에도 미혹되지 않는 삶을 살고, 세상사 다 알아 지식의 폭이 극에 달하여 하늘 의 뜻을 아는 그 50세의 지천명까지 지 난 이순. 어떤 말을 해도 순하게 잘 들 어 귀가 환하게 열린 나이인 이순에 들 어서도 좀처럼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듣는 귀만 늘었는지 이래도 끄덕 저래 도 끄덕이고, 말없이 듣기만 잘 해온 것 은 그 나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른다. 막 연히 듣는 귀 뿐이지.

마지막 근무지인 경산을 연연해하는 건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기 위해 일 주일 중 거의 3,4일은 드나든다. 오는 길에 장도 보면서. 어느 날 글 쓰러 가 는 길목 조그만 가게 앞에 사람이 붐비 는 것을 보고 차를 세워 두고 들어가 보았다. 어이쿠 맞춤 같네. 꼭 필요해서 사야겠다는 식품과 물품이 다양해서 이 것저것 주섬주섬 사 가지고 왔다. 그 후 종종 마트에 갈 발길이 그 가게로 향 했고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장을 보곤 했다. 어느 날부터인지 그 가게에 들이 는 것이 즐거웠으며 일주일에 한 번쯤 은 꼭 들리는 가게가 되었다. 가게 운영 이 인상 깊다. 물어 보지는 않았지만 부 부인 것 같다. 가게 안에서는 부인이 밖 에서는 남편이 가게를 본다. 주 5일 운 영하고 토, 일요일은 쉰다. 아마 토, 일 요일에는 자녀들을 위해 또는 온 가족 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 하여 5일간 판매할 스마트한 상품을 준 비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품이 팔리 지 않아 적체되는 일도 거의 없는 것 같 다. 금요일이 되면 정리차원에서 신선 도가 필요한 물품은 세일도 한다. 그들 의 선한 삶과 행복의 순 기운이 가게 가 득 감도는 것을 느끼면서 내 몸에까지 그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가게의 행복 바이러스에 취해 주 술에 걸린 듯 들리곤 했다. 4월 13일 금 요일. 날짜도 그대로 기억난다. 그 가게 문턱에서 오른쪽 어깨에 온 몸을 실어 미끄러졌다. 신도 미끄러웠지만 문턱에 깔아둔 발판 역시 미끄러운 탓이었다. 일생일대에 그날만큼 심하게 다친 적은 없었으리라. 난감해하는 가게 주인에게 내 탓이라는 말을 남기고 어느 병원으 로 가야할지 차 속에서 망설이고 있었 다. 그 후에 일이지만 그 선로를 지나던 버스 기사는 교통운영 방해 신고를 했 고 두 번의 신호 위반까지 하는 최악의 날이었다.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지 만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온 몸이 틀어져 버렸는지 왼쪽 다리, 오른쪽 등과 오른쪽 팔은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었 고, 오른쪽 귀와 얼굴에까지 영향이 왔다. 아직까지 병원 치료와 경락 마사지 를 받으면서 한의사인 막내아들이 침 으로 집중 치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가게에 간다. 안 주인이 미안해하 는 말에 내 말 또한 신기하다. 아직까 지 병원과 마사지 한방치료를 하고 있 으면서도 발판이 어떠니 이런 말 한마 디 않고 이번 일은 순전히 내 운에 맺 힌 일이니 가게 주인이 전혀 상관이 없 고 염려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생활 속에 오가는 말 속에서 타인에 게 상처 준 말을 돌이켜보고 뉘우쳐 사 과했을 때 정작 아니라고 사양하면서 되레 위로를 해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인품에 감동을 받는다. 만사를 순하게 들을 수 있는 귀를 지닌 성숙된 사람임 을 알 수 있고, 그 사람 역시 행복 바이 러스를 가득 품을 사람일 것이다. 이번 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고 내가 그 행복에 취한다는 것, 견선여기출(見善如己出 착한 것을 보거든 자기에게 서 나온 것 같이 한다)처럼 그 행복이 마치 내 속에서 나온 듯 행복해하는 것 을 크게 깨달으면서 이순에 걸맞은 삶 을 살고 있음에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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