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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2018년 06월 13일(수) 10:39 [경산신문]
 
7년 전 주부 이모 씨는 음이온이 건 강에 좋다는 생각에 유명 회사의 침대 를 사서 아이 방에 놨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이 주부는 올해 1월 휴대 용 라돈 측정기로 방 곳곳을 측정했는 데 침대 주위에서만 유달리 높은 수치 의 라돈이 나왔다. 실내 주택 라돈 기준 치인 200Bq(베크렐, 방사능 농도를 나 타내는 단위)의 10배가 넘는 수치가 나 온 것이다. 정밀측정을 위해 전문기관 에 의뢰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사실이 지난 5월 3일 한 언론에 보도 되면서 이른바‘ 라돈침대’ 사건이 불거 졌다.

관할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문 제의 침대를 수거해서 검사를 했다. 그 결과 매트리스 속커버와 스펀지에 바른 ‘음이온 파우더’의 원료물질이 희토류 의 일종인 모나자이트임이 확인되었다. 모나자이트에는 천연방사성물질인 우 라늄과 토륨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들 이 ‘방사능 붕괴’를 하는 과정에서 라 돈이 나온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사 결과 라돈침대에서 연간 피폭선량 기준치인 1mSv(밀리시버트,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 를 초과하는 방사선이 나왔다. 결국 문 제의 라돈침대에 대한 수거명령이 내려 졌다.

라돈은 무색, 무미, 무취의 방사성 기 체로 호흡과정에서 폐로 들어가 폐세포 에 방사능 피폭을 일으키는 위험한 물 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많이 일 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전 세계 폐 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이 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폐암 환자 중 12% 정도가 라돈 노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서울지하철 노동 자 2명이 폐암으로 사망하였는데 조사 결과 라돈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산재 인정을 받은 사례도 있다.

라돈에 의한 폐암발병은 보통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 그동안 라 돈침대를 사용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이들의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라돈침대 사용 자들은 모임을 결성해서 공동으로 소 송을 준비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는 음이온 제품 전반에 대해 조사를 한 다고 한다. 라돈침대, 음이온 제품과 관 련된 논란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 로 보인다.

라돈침대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음이온 효과’에 대한 믿음 때문 이다. 음이온 제품을 판매한 기업들은 음이온 효과를 강조했고 소비자들은 건강에 좋다는 말만 믿고 제품을 샀다. 하지만 음이온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과학’이다.

음이온은 특정 물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물질들의 상태를 말한다. 물질 을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는 양전하(+) 를 갖는 양성자와 음전하(-)를 갖는 전 자의 숫자가 같아서, 전기적으로 중성 을 띄고 있다. 이들 분자나 원자가 전자(-)를 하나 이상 얻으면 음이온이 되 고, 전자를 하나 이상 잃으면 양이온이 된다. 하지만 전기를 가진 이온은 불안 정하기 때문에 곧 음이온과 양이온이 결합하여 중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실 제로 음이온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2017년 현재 음이온의 신체효 과에 대해 국내 의학연구기관에서 발 표한 논문은 없다.

음이온 개수에도 속임수가 있다. 음 이온 제품 광고를 보면 음이온이 몇 천 개 나온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 계 음이온 방출량 1위’라고 하는 스포 츠 팔찌를 예를 들면 음이온이 8천 개 이상 나온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1㎖ (㎤)의 공기 중에는 3천경 개의 질소와 산소가 있다. 3천경은 3 뒤에 0이 19개 나 붙는 엄청나게 큰 숫자이다. 3천경 개에 비하면 8천 개는 극히 미미한 수 준이다.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음이온 이 공기 중에 섞이면 눈에 띌 만한 효 과를 내기 힘들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 이다.

2016년 봄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온 국민은 분노하였고, 피해자는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18년 봄 라돈침대 사건이 또 한 번 우리를 분노 케 한다. 생명보다 이윤이 앞서는 이 야 만의 시대를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김은지 기자  kej14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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