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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부 떼는 사람 김영희 씨
2018년 11월 26일(월) 17:59 [경산신문]
 

↑↑ 경산시청 종합민원실에서 건축대장을 발급하는 김영희 씨.
ⓒ 최승호



“요즘은 하루에 1~2만원밖에 못 벌어예. 밥값도 못하지만 민원인들이 고맙다고 해주면 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시청 종합민원실에서 건축대장을 발급하는 김영희(54세) 씨를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김씨는 영천시 문래동에서 태어나 교촌동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의 외삼촌 소개로 설계사무소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때가 스무 살 때니까 25년 만에 건축관련 일로 돌아온 셈이다.

심한 향수병 때문에 2년 만에 서울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김씨는 한복 자수를 배웠다. 3년 정도 기술을 배운 김씨는 대구 봉덕시장 내에 ‘봉덕자수’라는 상호를 가게를 냈다. 한 벌에 3만 5000원, 단체는 대략 절반을 받았다. 한창 가게 운영이 잘 될 때는 수입이 월 200만원 이상이었다.

그렇게 생활이 안정될 즈음 IMF가 기다리고 있었다. 외상 회수가 안 되기 시작했다. 빚을 내 메꾸기도 하고, 사기도 당했다. 2억 원을 날리고 경산으로 들어왔다. 아는 사람이 있던 자인에 정착했다. 30대 중반이었다. 여고를 졸업하고 워드자격증이 있었던 김씨는 어린 자식 둘을 혼자 키우기에 벅차다며 무작정 시청에 찾아가서 일을 시켜달라고 떼를 썼다. 39살 때였다.

첫 일터는 사회복지과. 위생계에서 영업장 서류를 떼는 공공근로였다. 10개월 정도 일했을까 기한이 됐으니 나가라고 했다. 두 달 후에 맘씨 좋았던 김 모 과장 덕분에 다시 일용직으로 들어왔다. 3년 동안 총무과, 평생학습과, 체육과에서 나름 성심성의껏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무기계약직이 되지 못했다. 용기를 내 시장님을 찾아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성실한 김씨를 배려해 주셨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 첫 일터는 종합민원과. 건축대장을 발급하고 관련 서류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1일 수입은 2만 원정도. 건당 500원이나 공용발급도 있으니까 하루 40~50건 정도 발급한 셈이다. “아파트를 분양하면 바빠집니다. 요즘은 읍면동에서도 대장을 발급하기 때문에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또 올해부터 도면도 읍면동에서 뗄 수 있어 더욱 일거리는 줄었습니다”

건축물대장 발급은 유독 경기에 민감하다. 4~5만원을 벌려면 엄청 바쁜데 가장 많이 발급할 때는 하루 10만원도 벌었다. 특히 환경위생담당에서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공용발급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물대장을 가장 많이 떼는 사람은 아무래도 법무사사무실 직원과 감정평가사, 건물신축자들이 많다. 타인의 건축물 대장, 배치도는 누구나 뗄 수 있지만 도면을 받기 위해서는 동의서를 받거나 사업자사본,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별로는 하양진량 압량면지역에서 민원인이 많이 오는 편. 동지역으로 계양동, 대평동, 중산동으로 아무래도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 건축물대장도 많이 떼간다.

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 봄에서 시작해 여름에는 거의 없고, 추석 전부터 부쩍 많아진다. 업자들의 경우 대목 전에 대금을 지급하려는 것이다.

“3년 전부터 단골 법무사 직원들이 안 된다, 안 된다고 했는데 요즘은 하루에 1~2만원도 못 버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 오시는 민원인들은 불편했는데 발급이 끝나면 고맙다고 인사해 주는 민원인들 때문에 제가 오히려 더 감사하죠. 또 두 아이를 잘 키우게 해준 시청에 보답하는 길은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최승호 기자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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