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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18-11-30 오후 0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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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불구경
2018년 11월 30일(금) 14:52 [경산신문]
 
저번 달에 필자는 ‘휘청거리는 대구미술계’라는 글을 통해서 대구미술의 걱정스러운 일들을 풀어놓았다. 그런데 그 글이 나간 이후로 대구의 문화계는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온 민낯을 더욱 여실히 드러냈다.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대구 문화재단의 우려할 만한 내부의 권력 싸움과 그를 통해서 벌어진 사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구 문화와 대구 문화계 일꾼들의 창작활동을 위해서 시민들의 세금을 맡아서 운영하는 단체가 문화계 일꾼들은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권력다툼만을 위해서 끝까지 치닫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많은 젊은 작가들은 위축되고 ‘이대로 이곳에 머물러도 되나?’하는 의문을 품는다고 한다. 흉흉한 문화의 토양에서 ‘탈출’을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창작의 주체들은 창작의 정책과 예산집행을 ‘대구 문화재단’이라는 곳에 맡겨 놓고서 그들이 하는 일에 그동안 어떤 발언을 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어떻게 지금의 처참한 대구 문화계의 상황을 문화재단 직원들의 잘못만으로 책임을 돌릴 수 있는가. 비리나 부당함이 있어도 알고도 모른 척 자신의 창작여건만 좋아지면 되고 자신이 속한 단체만 여러 공모와 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침묵하지 않았던가?

이렇듯 마음이 흉흉한데 경산 소재 모 대학의 이야기가 안 그래도 무거운 마음에 언짢음을 더한다. 미술과 졸업생이 졸업 후 창작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학생시절 겪었던 성차별적인 모욕과 그동안 누적된 유사한 경험들, 그리고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여성모임에서 발표했다. 놀라운 일은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가 아닌, 지목된 학과의 반응이다. ‘모욕적이다’, ‘명예훼손이다’, ‘법정대응을 하겠다’ 사회의 여느 진흙탕 싸움에서 나올법한 표현을 써가며 반박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모욕적이고 성차별적인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당사자도 아닌 학생들이 도리어 모욕적이라고 한다. 약자끼리 물어뜯고 싸우는 형국이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며 폐쇄적인 대학사회를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예술은 자유로운데 사회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라면 자유는 그곳에서 대접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술이 떠맡아야 할 역할이 하나 더 늘어난 지경이다. 그곳의 주체들을 탓하기에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지성, 실천하는 지성이라는 말은 고루한 구호가 되었는가?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시스템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옆집이나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서 뭐 그렇게 왈가불가하느냐, 경산만 잘하면 되지’라고 말할 형편은 못 된다.

경산에서는 별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는 문화, 예술의 이야기가 행사를 예쁘게 포장해주는 일을 도맡아서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문화’, ‘예술’은 ‘정치’나 ‘경제’라는 단어보다 향기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 단어를 붙여서 쓰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향기 있는 단어를 실천하고 구현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현실의 장벽은 만만하지가 않다. 장사를 위해서,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거짓된, 포장된 문화, 예술의 향기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다.

문예를 향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다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누릴 수 없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창작자와 양심과 열정 있는 공직자들이 함께할 일이다. 이제는 옆집에서 벌어지는 볼썽사나운 잡음을 우리 일처럼 생각하며, 경산은 더욱 건강한 문화, 예술의 풍토를 위해서 불필요한 꽃단장과 허위의식, 권력 남용을 멈춰야 한다는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일은 아니다.
(*지난 11월 12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

최성규(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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