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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방향
2019년 04월 10일(수) 15:39 [경산신문]
 
그들의 눈을 본다는 건 늘 길이 들지 않는다. 몇 번을 경험하고 몇 번을 돌아서도 그 눈을 외면한다는 건 늘 이골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 눈은 처음의 슬픔이고 그 슬픔은 언제나 경험되지 않는다.

어디서 이 많은 눈들이 이토록 가늠치 못할 슬픔을 달고 여기로 오는가.

유기견 보호소, 그리고 유기견 입양 구호 봉사 활동가.

왜 이 세계에 발을 들였나 싶다. 들이면 들일수록 밑도 끝도 없다. 이들의 생사를 난간처럼 부여잡고 줄을 붙드느라 늘 많이 아프고 지치고 끝이 없다.

몰랐다면 우리 깜이, 퐁이 두 마리만으로도 풍요로운 반려로 만족했으리라. 함께 강변을 산책하고 일상 속에 소소하게, 그러나 가볍지 않게 이 지구별에서의 기쁨이 되었으리라. 잠깐의 외출에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반기는 단순하고도 선한 저 목숨들에 생의 많은 분량이 행복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제 너무 많은 눈들을 감당해야 한다. 누군가의 집에서 어떤 삶을 살았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기억으로만 감금된 저 눈들. 버려지고 떠돌다 유기견이라는 분류로 갇혀버린 눈들. 저 눈들을 알아버렸다. 저 눈들이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게 되어버렸다.
왜 개들에게 이토록 사람을 친화하게 했으며 이토록 인간을 갈구하는 성향을 주었는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배신을 잘하는 인간에게 어쩌자고 이러한 목숨들이 여기에 빌어서 생사를 걸고 있나!

보호소로 가면 문을 여는 순간 일제히 그들의 방향은 한 방향이다. 뜬장으로 된 철창 속에서 일제히 그들은 철창 앞쪽으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철창 앞으로 나오려고 절박한 울음과 절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저들. 그래봐야 한 치도 안 되는 철망과의 경계는 삶과 죽음의 경계인데. 저 속에서 최선으로 내게 꼬리 흔들면 이 곳을 나갈 수 있을 거라 여기는지!
너무나 천진하게 반기고 손을 핥고 얼굴 부비는 아이들, 혹은 온 심장을 다한 눈으로 바라보며 우는 아이들, 혹은 무엇이 그리도 무섭고 그리도 사람에게 아픈지 웅크리고 숨고 발발 떠는 아이들.

대부분 안고 나오기보다 그대로 뒤로하고 돌아서 나온다. 등 뒤에 있는 그들의 방향은 더욱 앞쪽으로 쏠리며 일제히 문 쪽을 향한다. 저 문을 나가면, 저 문이 닫히면 하는 그들의 희망과 절망이 범벅된 눈을 뒤로 하고 문 쪽으로 나오면 뒤가 아파서 얼마간 또 앓는다. 문을 닫는 순간 마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조용해진다. 일시에 정지된 소리들이 오히려 울부짖음보다 슬프다.

그들도 안다. 더 이상의 울부짖음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더 이상의 문밖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어둡고 습한 철장 속에서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의 품으로 가는 친구를 부러운 듯 바라보는 저 눈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면할 수 없다.
누가 이 많은 개들을 여기로 오게 했나. 한때는 기쁘게 꼬리치며 문 앞으로 달려갔으리라. 이곳의 강변과 남매지와 보도블럭과 가로수 사이를 산책하며 행복한 보폭을 맞추며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제발 저 문안에서 저 눈들을 무사히 만나기를, 저 눈들을 부디 기억해주기를.

추영희
교사, 시인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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