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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장인 이춘식 대표
2019년 05월 02일(목) 10:22 [경산신문]
 

 
ⓒ 경산신문 
“5년 전 경산공설시장에 처음 점포를 낼 때 경산신문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가장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독거어르신 이불세탁 만큼은 제가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경산지역자활센터 사업단으로 출발해 독립, 자활기업으로 성장하며 마침내 기능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경자네세탁소’ 이춘식(58세, 사진) 대표를 이주일의 경산사람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 경찰관이던 아버지가 청통에서 자인지서로 발령 받으면서 경산으로 이주, 중방동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부산으로 내려가 경찰생활을 접고 운수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에 실패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학업을 중단해야했다.

고향이 그리웠던 아버지는 경산으로 돌아왔지만 3남매 둘째이던 이 대표는 부산에 남겨졌다. 16살 때, 부산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을 할 때 형뻘이던 대학생에게 검정고시에 도전해 볼 것을 권유 받았지만 돈을 벌어야했던 이 대표는 이름 쓰고, 계산하는 기본적인 것만 배웠다. 인디안, 반도패션, 삼성물산 등 내노라 하는 봉제공장에서 생산계장으로 승진할 만큼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했다. 그러다가 봉제 산업이 수출길이 막히고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을 보고 원양어선을 탔다. 87년부터 3년간 남태평양에서 참치를 잡았다. 88 서울올림픽도 서사모아에서 봤다.

원양어선에서 내리자마자 35살 늦은 나이에 세탁업을 시작했다. 봉제 경험이 풍부한 이 대표는 원단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남들보다 세탁기술도 빨리 익혔다. 지금은 시지로 이전한 ‘백의민족’, 중방동의 ‘세탁마을’에서 근무하며 부장으로 승진했다. 10년 정도 됐을까 성실하고 일 잘하는 이 대표에게 개업을 해보라는 권유가 들어왔다.

마흔 다섯 쯤 옥산2지구에 ‘세탁채널’을 차려 독립했다.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가게를 차린 기쁨도 잠시, 6개월 만에 아내가 간경화로 쓰러졌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을 지극정성으로 키워준 마음씨 고운 아내였다. 2년간 가게까지 팔고 간병했지만 사랑하던 아내를 허망하게 떠나보냈다.

“아내를 보내고 나니 수중에 32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딸은 할머니한테 맡기고 임당공원 주변에서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한 두 해 정도를 그렇게 보내니 손발이 떨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살기 위해 압량면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근면 정직을 가르쳐준 김윤환 계장을 만났습니다”

지금은 퇴직을 한 김 계장은 이 대표에게 ‘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주며 취로사업에 일자리를 주고 경산지역자활센터에 소개했다. 청소사업단에서 3년을 일한 이 대표를 눈여겨 본 전영석 팀장(현 두손공동체 대표)이 경산공설시장 빈 점포를 얻어 ‘경자네수선집’을 내주었다.

금새 시장 상인들과 친해지면서 용기를 얻은 이 대표는 세탁기능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성공할 것 같았던 시장에서의 꿈은 현대화사업으로 풍지박산, 다시 중방동 초원하이츠 옆으로 이전했다. 이사비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 것이다. 처음에는 16평 짜리 점포 한 칸으로 시작했다. 점차 단골들이 늘면서 이내 고객 옷보관 장소가 필요해졌다. 옆 점포를 틔워 30평으로 확장했다. 좁아서 들이지 못했던 세탁기계들도 보강했다. 장부 정리를 돕는 청년인력을 지원받으면서 세탁과 수선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19일, 드디어 8전 9기만에 세탁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지역자활센터 최초의 세탁기능사 탄생에 센터는 물론 시청 담당부서 직원들에게도 그동안의 힘들었던 업무에 대한 보람을 가질 수 있게 해줬다. 자활기업 담당자는 “관내 100여개 이상 되는 세탁소 가운데 기능사 자격증을 딴 곳은 3곳 미만으로 알고 있습니다”며 이 대표의 세탁기술을 자랑했다. 세탁물 접수와 장부정리를 돕는 최모(28세) 씨는 “4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반품이나 항의가 없었습니다. 단골손님들도 모두 이 대표님을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며 이 대표의 정직과 근면, 기술을 높이 샀다.

“지역자활센터가 아니었으면 기능사자격증의 소중함을 몰랐을 겁니다. 센터와 시청 담당 직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돈을 좇아가다 실패하는 것을 봤습니다. 마음을 바로 쓰면 돈은 뒤에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밥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독거어르신들 이불세탁은 연2회 이상 꼭 해드릴 겁니다”
최승호 기자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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