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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경산 도시품격을 드높이다"
하양 무학로교회 설계…하루 100여 명 방문
“무학산 상여집 실시설계안 경산시가 묵살…두고두고 아쉬움”
2019년 05월 09일(목) 10:30 [경산신문]
 

↑↑ 대가의 품격이 느껴지는 하양읍 도리리 무학로 교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로재 승효상 대표가 설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무학로교회 모습.
ⓒ 경산신문
작은 교회 하나가 경산의 도시품격을 높이고 있다. 바로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에 들어서면 건축물도 건축물이지만 그 건축물이 품고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건축물에 품격을 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양읍 무학로, 조원경 목사가 지난 86년 개척한 하양감리교회의 새 이름인 ‘무학로교회’다.
신도 30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올해 초 준공된 네모난 회갈색 건물은 창도, 간판도 없다. 옆에 서 있는 소박한 교회와 십자가와 잘 어울리는 작은 단층 벽돌 건물 마당에 들어서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ㄱ자 한옥이 반긴다. 담임목사의 집무실이자 살림집이다.

↑↑ 예배당.
ⓒ 경산신문

벽돌 노출 벽면으로 둘러싸인 예배당에는 신도석과 성가대석, 목사가 설교하는 강연대와 의자, 둥근 원통형의 예배 준비대, 낡은 피아노 한대만 놓여 있다. 목사의 자리도 수평으로 배치했다. 방송 장비도 없다. 화려한 조명 대신 얇고 길게 뚫린 천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십자가가 걸린 벽면을 비춘다. 건물 옥상에는 높이 4m의 벽돌 벽을 세우고 작은 기도 공간을 마련했다. 교회 옆에는 야외 예배당이 있다. 등받이 없는 벽돌 의자가 전부인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 야외 예배당.
ⓒ 경산신문

무학로교회를 설계한 승효상은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6번이나 현장에 내려왔다. 벽돌 눈줄 하나도 세심하게 감리한 작품이다. 승효상은 예배를 보는 의자의 재질(가죽나무)까지 지정할만큼 직접 소품까지 설계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선유도공원과 예술의 전당, 노무현 묘역 등 한국 조경의 대모로 불리는 진량 출신의 이화여대 정영선 교수가 맡은 조경 또한 작은 교회의 품격을 더하고 있다.

무학로교회의 설계소감은, 대형교회에서 비싼 설계를 여러 차례 요청 받았지만 거절한 승효상이 “교회는 누구나 들어와서 신께 기도하라고 만든 집이므로 그 기능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본다”며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겨둠으로써 자신을 성찰하고 신과 대화할 수 있게 한 공간이야말로 교회다운 교회”라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대신한다.

지난 86년 하양읍 도리리 현재 위치에 문을 연 무학로교회(전 하양감리교회)는 개척 이후 지금까지 지역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법률상담소와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해 왔으며 무료상담소는 10여 년 전부터 ‘이웃과 함께 국수 나누기’로 대신하고 있다. 조원경 목사는 “야외 예배당은 동네 주민들이 오다가다 쉴 수 있는 쉼터나 날이 좋은 날 밖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결혼식장으로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근 김중업과 함께 대한민국의 3대 건축가로 존경받는 승효상이 하필 이 작은 도시에 작은 교회를 설계했을까? 조원경(62) 목사를 알면 승효상이 이 교회를 지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청송 출신의 조원경 목사는 계명대에서 철학과에서 수학하던 중 일생의 은사인 선교사 그레이슨 박사를 만난다.

가난했던 조 목사에게 그레이슨 박사는 감리교 신학교로 진학하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조 목사는 서울로 상경, 감리교신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내려와 계명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이듬해 영국 셰필드대학으로 유학, 연구원이 됐다. 영국에서 돌아온 조 목사는 그동안 서양철학에만 매몰돼 있었다며 영남대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다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 학기 뒤에 졸업한 일생의 동지 황영례 박사와 의기투합, 2004년 사단법인 나라얼연구소를 설립하고 훼손 위기의 영천 상여집을 무학산 아래로 이건복원해 국가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이후 (사)나라얼연구소는 2006년부터 지난주 임종식 교육감까지 총 141회차 인문학강의를 진행하면서 국내외 석학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2009년 상여집 이건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접한 승효상이 어느 날 무학산자락을 직접 방문, 상여집에 어울리는 실시설계를 자원하면서 조원경 목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실시설계안은 경산시의 무지로 지금은 어느 부서 캐비넷에서 잠자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나라얼연구소 황영례 소장은 “지난 2010년 상여집이 허술하다면서 승효상 선생님이 직접 실시설계한 도면을 경산시청 문화관광과에 갖다줬더니 심의에 통과되지 못한다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처박아두고 지금은 어느 부서 캐비넷에 나딩굴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때 그 실시설계안대로 무학산 상여집이 완성되었다면 경산의 도시품격이 그만큼 더 높아졌을 텐데 두고두고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서상길 도시재생사업 제안과 경산골목사진전 개최 등을 통해 경산의 원도심 복원 및 도시문화 재생을 주도하고 있는 경산도시자생위원회는 지난 4일 무학로교회와 상여집, 66년 건립된 갱생농장인 무학농장을 방문해 올해 경산도시재생 심포지엄 및 사진전 주제를 <근대산업시설을 활용한 도시재생-무학농장을 중심으로(가제)> 정하고 나라얼연구소와 함께 자세한 일정 및 주제를 조율해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 무학로교회 신·구건물 전경.
ⓒ 경산신문
최승호 기자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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