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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을 몰라본 경산시의 안목
2019년 05월 09일(목) 11:06 [경산신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 그가 설계한 15평 짜리 작은 교회가 조용하던 시골마을을 북적이게 하고 있다.

지난주 모 일간지에 승효상이 설계한 무학로교회 기사가 나간 후 하루 100여명이 찾아와 가뜩이나 자그마한 체구의 목사님이 쓰러질 지경이라고 한다. 대형교회의 설계요청을 거절하고 시골의 작은 교회를 설계해준 승효상, 그것도 설계비 한 푼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작은 주택 한 채도 억대가 넘는 설계비를 내야 한다는 승효상이 마음먹고 설계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말부터 무학로교회가 위치한 하양읍 도리리 주변은 승효상의 작품을 보러오는 방문객들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건축가의 작품 하나가 한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학로교회의 탄생과정을 들으면서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무학로교회가 전국 건축학도나 기독교인들, 건축순례자들의 작은 교회 바이블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데 새삼스럽게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이유가 궁금하지 싶다. 바로 경산시 공무원들의 안목을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4월 국학연구소 대구·경북지부가 영천시 화북면 자천리에 있던 상여집을 무학산으로 이건해 왔다. 영천의 상여집이 경산으로 옮겨온 유래는 이렇다. 그해 2월 화북면 마을이장회의에서는 자천리 상여집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인수할 사람을 찾았다. 이때 골동품상을 통해 박물관을 알아보던 중 국학연구소와 연이 닿았다.

복원 작업에는 트레일러와 대형 크레인이 동원됐다. 무학산 꼭대기는 높았고,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이렇게 복원된 상여집은 양쪽에 상여꾼이 16명씩 서는 32인용 대형 상여를 두던 곳으로, 남아 있는 상여집 중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상여집이 바로 지난 2010년 8월 국가문화재 266호로 지정된 ‘경산 상엿집’이다.

원형 그대로의 상엿집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달음에 달려온 건축가가. 바로 승효상이다. 그는 마당에 고아처럼 서 있는 상엿집이 안쓰럽게 보여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에 가까운 실시설계안을 만들어 경산시에 제안했다. 그러나 경산시는 보기 좋게 거절했다. 만약 이때 경산시가 승효상이 제안한 상여집 실시설계안대로 복원했더라면 어찌되었을까?

경산시는 여기에 한술을 더 떴다. 감히 승효상의 실시설계안을 묵살한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상여집 복원의 계기가 된 한옥 죽계고택(竹溪古宅)을 상여집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법에 저촉된다며 헐어버린 것.

대가 승효상이 재능기부에 가까운 설계안을 묵살하고, 문화재법에 저촉된다며 의미 있는 건물까지 헐어버린 경산시의 안목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함께 자리했던 모 공무원이 우스개소리로 다행히 그때 그 공무원들의 무지 때문에 상여집이 덜 알려지는 바람에 다행히 60년 대 갱생농장인 무학농장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해 간신히 쏟아지는 눈물을 참을 수 있었다.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캐비넷에서 찾아내 승효상의 작품을 무학산자락에 펼칠 수는 없을까? 승효상의 작은 교회에다 상여집까지 경산의 도시품격은 몰라보게 달자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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