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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땅
2019년 05월 09일(목) 11:07 [경산신문]
 
어릴 적 시골 마당에는 늘 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대문을 거리낌 없이 넘나들고. 부엌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밥 냄새를 맡으며 기웃거리고. 마을을 가면 따라 나오다가 알아서 돌아가거나 혼자 어디 가서 놀다 돌아와 밥 때를 기다리곤 했다.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어린 강아지는 호기심으로 이웃집 구경을 가서 놀다 어김없이 쪼르르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으므로 개가 짐스럽거나 부담이거나 제약이 된다거나 불편이 되지 않았다. 묶여있지 않았으므로 공격적이지도 않았고 개들도 사람도 그냥 자연스러웠다.

인물이 훤하고 순한 누렁이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목인 연지에서 가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함께 귀가하던 녀석이었다. 아이들과 섞인 내 목소리나 멀리서 돌아오는 엄마의 자전거 소리를 알아듣고는 먼곳까지 달려 나와 꼬리치며 영접하던 누렁이 똥개, 요즘은 유독 그 풍경들이 그립다.

개들이 디딜 땅과 반경을 모조리 잃어버린 땅, 시골이라도 마당을 자유롭게 차지하지 못하고 짧은 목줄에 묶여 산책 한번 못하고 평생을 1미터도 안되는 반경으로만 살다 죽는 개들이 시골개들의 대부분 운명이 되어버렸다. 골목이나 마을을 다니다가 어김없이 집이라고 돌아가는 느긋한 풍경은 이미 사라졌다. 물론 그런 중에 개장수의 표적이 되어 사라지는 개들이 많았다. 식용의 용도로 생을 마감하는 날이면 바둑아 누렁아 부르며 울부짖는 아이들의 울음이 간혹 들리곤 했다.

개들의 땅이 이토록 허용되지 않게 된 것이 인간의 오만과 잘못된 인본주의 때문이다, 왜 이 지상이 인간만의 것인가? 이 땅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이 땅을 부여받아 존재한다. 심지어 식물도 그 영역과 생존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받았다. 들개와 야생개라는 명목으로 신고하는 것은 물론 그도 아닌 마을과 거리를 다니는 개들도 무조건 다 금족령을 내려야 하고 너무나 투철하게 신고를 해서 잡아 가둔다, 신고하면 어디로 가는가? 유기견 보호소가 개들의 보호소인가? 입양이 아니면 살아나오지 못하는 곳이다. 짧게는 10일 후면 안락이라는 미명으로 죽어서야 나오는 곳이 보호소다.

개들이 떼로 공격하는 것도 아는데 외곽에서 숨어 목숨을 연명하는 것조차 잡아 가두려 하는가, 강변이나 거리에서 간혹 보이는 것이 왜 허용되지 않는가? 유독 우리나라는 이렇게 민감하게 개를 땅에서 전부 제명해야 하는가? 그들이 모두 포악한가? 신고 되어 잡혀 들어온 개들 중 대부분은 오히려 사람을 무서워하며 극도로 웅크리고 발발 떤다.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얼굴을 최대한 파묻고 오줌을 지린다. 이러한 생명체들이 인간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몇 년을 좀 숨어 살려고 하는데 무엇이 그리 불편한가?

동물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인도 동남아 태국 필리핀보다 후진국이고 미개하다. 동남아와 인도 같은 곳에는 사람과 동물이 자연스레 공존한다, 반려견이든 유기견이든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무슨 문제가 되는가? 투철하게 신고를 해서 잡아 가두면 우리나라같이 유달리 소형견, 품종견 찾는 곳에서 믹스 똥개들을 어찌하겠나, 직접 키울 수 없어도 자주 보이는 어느 장소 어느 영역에서 밥과 물을 놓아주기만 하면 먹고 어디로 돌아가 알아서 목숨을 연명할 이들이다, 먹을 것이 없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사라진 개들이 땅 대한민국에 태어난 개들의 슬픈 운명이다. 이들에게 집밖은 목줄로 묶여진 산책의 때 외에는 한 치도 없다. 사골은 집안에서조차 목줄의 범위로만 존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길을 잃고 주인 손을 놓치거나 고의적인 유기의 정황이 보이는 것 외에 함부로 신고하지 마시기를. 그 신고로 해서 이 땅에 온 한 목숨이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게 되는 살인을 저지른 것임을 아시는가, 부디 한 목숨에 대한 조금의 연민과 배려를 가져주기를 부탁드린다. 개보다 못한 인격을 가진 인간이 이 땅의 주인이 인간만이라고 오해하는 것은 천박한 갑질이다.

추영희
교사, 시인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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