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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에 발목 잡힌 도시재생
2019년 05월 30일(목) 10:37 [경산신문]
 
빈집이 도시재생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막고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지역들에서 빈집의 재생과 활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빈집은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에 있어 큰 잠재력을 가진 소중한 마을자원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빈집 하나가 마을 활성화 거점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빈집이 도시재생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도시재생 활성화지역 내에 산재한 빈집들이 심각하다. 주인을 만날 길이 없거나, 아예 사업을 위한 협의조차 불가한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지금 도시재생사업 현장에서는 사업 전 헐값에 급매로 나와 있던 빈집들이 도시재생 사업의 선정과 함께 금값이 되어버리거나, 주변 환경 개선에 의한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꽁꽁 묶어두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전술하였듯이 대부분의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의 사업계획은 지역에 방치된 빈집을 매입 또는 임대를 통해 청년창업이나 지역공동체 거점으로 활용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지역 내에서 빈집은 마을자원이기 전에 이미 개발이익이 잠재된 부동산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2018년 7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그것이다. 법은 크게 빈집정비와 소규모주택정비로 구분된다. 주민합의만 제대로 된다면 절차간소화 특례 등이 적용되어 기존의 집들을 철거한 후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빠른 시행이 가능하다. 방법상의 문제이지 이들 소규모주택정비는 이미 정상작동 중이다.

그런데 빈집이 문제이다. 대규모 정비사업이 중심이 되었던 우리나라의 도시정비에서는 빈집정비 개념은 없었다. 도시의 빈집은 언제가 대규모 도시정비의 대상이었으며, 농촌에서의 빈집은 스스로 세월에 풍화되어 사라져야할 자연의 일부였다. 특히 도시에서 빈집은 사회적 문제 이전에 전면철거 대상이기에 항상 우리의 관심 밖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빈집 활용과 빈집 정비가 강조되면서 빈집이 이슈가 되고 있다.

법에서는 빈집정비계획을 기초지자체장이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빈집은 사유재산으로서 주인의 동의 없이 출입과 철거가 불가능하였던 것을 빈집정비계획에 의해 주인 동의 없이 출입 및 철거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개발이익을 기다리며 꼼짝하지 않던 빈집 주인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강제력이 생긴 것이다. 물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마다 조례 제정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여러 토론회에서 빈집에 대해 세금을 물리자는 ‘공실세’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또 하나의 법령이 만들어져야 하거나 법 개정이 따라야하기 때문에 갈 길만 더 멀어질 뿐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각 기초지자체에서의 빈집정비에 대한 추진의지와 빈집정비계획의 수립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빈집정비계획에 대한 수립용역과 조례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발 빠른 수도권 지역의 이야기이다. 언제 계획을 수립하고 조례를 만들고 현장에 적용을 할까. 이미 4년짜리 도시재생사업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장관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속도를 내게 하겠다고 단언했다. 현장 곳곳에 걸림돌이 널려 있는데 속도를 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추진이 느리다고 애꿎은 말단 공무원 다그치지 말고 빈집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지자체장과 관련부서를 재촉하여야 한다. 도시재생 뉴딜이 내는 속도만큼 빈집정비계획 또한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부서 간 협업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디테일을 놓치고 있는 정부의 정책에 신물이 난다.

이정수
공학박사 / LJS도시건축연구소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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