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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철학, 경산을 부자로 만든다
2019년 05월 30일(목) 10:38 [경산신문]
 
건축가 한 사람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 몰랐다. 그를 왜 대가라 부르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난 25일 일요일 저녁, 하양읍 도리리 무학로 11 무학로교회는 잔치집 분위기였다. 대한불교 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 주지인 돈관 스님이 본사 소속인 제석사와 군위 인각사 주지 등을 스님 10여명을 대동하고 찾아왔다. 은퇴한 원로 신부인 강택규 신부와 한 무리의 수녀님들, 최재림 경북향교문화발전협의회장이 하양향교 장의와 임원들과 교회를 찾았다. 기독교 성전 봉헌 감사예배에 천주교와 불교, 유교 지도자들이 대거 방문한 것이다.

30여년 지역사회에서 교회 외에도 무료상담소와 급식소, 지역아동센터 운영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한 목사 한 분이 만든 기적과도 같은 훈훈한 장면이다. 자그마한 키에 남루한 옷, 언제나 고무신을 신는 목사님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마침내 죽은 자의 집이자 산 자들의 염원이 담긴 상여집을 우리 곁에 이전해 복원하면서 당대의 건축대가 승효상을 만나게 된다. 국채보상운동이 유네스코 기록물로 인정받는 일과 60년대 갱생농장의 설립자를 찾아내는 일도 이 목사님으로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목사 한 분이 만들어낸 이 작은 공동체가 이제 하양을 넘어 경산, 대한민국의 새로운 공동체 규범으로 확산되고 있다.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봉헌 감사예배당에 가득했다. 정치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희열이 느껴졌다.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고 한다. 과연 그 목사님에 그 스님, 신부님, 유학자였다. 그러나 종교인들의 화합으로 끝났다면 이 감사예배는 이토록 반향을 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 바로 우리 시대의 건축가, <빈자의 미학>으로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드는 건축가 승효상이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모태신앙을 가지고 자랐던 승효상은 신학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가족의 반대로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성경을 통해 예수가 으뜸 건축가였다는 사실을 알고 건축가의 소명을 받아들인 승효상은 <빈자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그의 건축철학을 40년 가까이 유지해 왔다. 이날 20분 여 짧은 특강은 수도사의 정신생활 완성과 인간의 내적 생활에 대한 깊은 교훈을 담고 있는 기독교 신앙수양서 ‘이미타티오 크리스티’(토마스 아 캠피스 저서)의 내용처럼 건축가로서의 승효상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명강의 그 자체였다.

“작은 교회고 돈이 많지 않으니까 교회의 본질적인 요소를 구현하는데 노력했으며 건축가의 입장보다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생각하도록 했다”는 대목에서 대가의 풍모를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래 전에 캐비넷으로 들어간 상여집 실시설계안을 언제라도 경산시가 활용해도 좋다는 대목에서는 인간 승효상의 속마음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경산시가 무학산 상여집 주변 공원조성을 위한 타당성 용역에 들어갔다고 한다. 부디 이번에는 승효상 설계안이 반영된 무학농장까지 포함하는 무학산 생명생태공원을 완성해 경산의 대표적인 문화자산으로 만들어주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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