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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강연료
2019년 06월 13일(목) 11:07 [경산신문]
 
최근 인기연예인의 강연료가 시중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전 대덕구에서 주최한 청소년 대상의 행사에 초청된 김제동의 90분 강연의 강연료가 자그마치 1,5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대학강사법이 개정되면서 대규모 실업위기에까지 내몰린 대학 강사들의 반년치, 아니면 경우에 따라 1년 연봉에 해당되는 강연료를 단 90분 만에 거둬들이는 셈이니 말썽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는가. 몇 차례 몇 만원에서 일이십만 원짜리 강연 경험이 있는 내 눈에도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연료라는 명분으로 1,500만원을 책정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강단 강사들의 강의나 강연을 연예인인 김제동의 강연과 같은 가치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행사에는 통상의 강의나 강연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부수효과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당장 청중들의 자발적 참여열기가 다른 강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지역 언론은 물론 중앙 언론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므로 행사 주최 측의 홍보효과도 최상급일 터. 특히 유명 연예인을 직접 접촉할 기회가 적은 지방 청소년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예인들의 출연료나 강연료가 어떻게 책정되는 지는 나 같은 사람들이 알 길은 없으나 아마도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었을 것이란 짐작은 할 수 있다. 방송 같은 경우는 출연 연예인이 누구냐에 따라 광고수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같은 연예인 사이에서도 출연료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논란이 된 김제동 건의 경우 당사자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다. 김제동 자신의 강연료나 출연료는 이미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어 있는 것인데, 뒤늦게 그것도 정치권에서 트집을 잡는 바람에 강연 자체가 무산되어버렸으니 김제동 본인에게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연예인의 강연료 수입이라는 게 전액 연예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소속사로 귀속되었다가 재분배 된다는 사실이 무시되고, 그 많은 강연료가 전부 김제동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알려졌으니...

그렇다하더라도 강단의 강의, 강연과 연예인들의 ‘토크쇼’는 구분하는 것이 옳다. 아무리 영역별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의 시대라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성찰하고 사색하는 사람을 ‘진지충’이라 멸시하는 혐오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시대라 할지라도, 연예인들의 끼와 재치로 끌고 가는 토크쇼를 강단의 강의나 강연처럼 포장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이유는 학자들의 강의, 강연 보다 연예인들의 강연이 품격이나 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시간당 몇 만원에 불과한 강의료에도 불구하고 강의나 강연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수 많은 시간강사들에게 남은 최소한의 자긍심마저 짓밟는 일이기 때문이다. 위태롭게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지식 생태계를 처참하게 교란시키는 만행이기 때문이다.

김제동 강연료 논란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채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가장 큰 피해자들은 김제동의 출연에 잔뜩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대전 대덕구의 청소년들이 아닐까싶다. 그리고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으로 중앙의 유명인사를 초빙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앞으로 어느 연예인이 자신의 몸값이 노출되기 쉬운 지방 행사에 얼굴을 내밀려 할 것인가. 융합의 시대에도 경계는 있어야 한다. 하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것을 어찌 융합이라 포장할 수 있겠는가. 강연은 강연이고 예능은 예능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전대덕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김진국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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