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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문학_삶과 사람의 무늬 <54>
2019년 06월 13일(목) 11:13 [경산신문]
 
지난 주말에 내가 자란 곳을 들렀다. 우리 동네에서 한 채 밖에 없던 기와집은 이제 폐가가 되어있었다. 주위에 번듯한 전원주택이 괜스레 낯설다. 낡아버린 내 자람의 터전은 한없이 작고 외로워 보였다. 멱 감던 곳의 시냇물도 예전과 변함없다. 웅덩이처럼 움푹 파여 소용돌이치는 물을 보니 옛 친구가 가슴에 휘돈다.

성애는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왔다. 공기놀이, 고무줄놀이하며 지칠 때까지 놀다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서야 헤어졌다. 친구 모두 손등이 갈라져도 그 애만 깨끗했다. 진한 눈썹이 매력적이었고 오뚝한 코, 시골 아이답지 않았다. 여상을 나와 근무했던 은행에서 뛰어난 외모로 다른 사람 입에 오르내렸다. 결혼하고서는 목욕탕주인이 되었고, 아들, 딸 낳고 알콩달콩 잘 산다고 했다. 친구가 행복하게 산다는 소문에 나도 덩달아 기뻤다.

시골에서는 멱을 감는 일이 목욕이었다. 멱을 감으면서 물에 뜨는 것도 헤엄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배웠다. 생감을 던져서 물속에서 눈뜨고 잡아 오기, 바닥에 있는 돌 줍기 등은 얼마나 재밌었는지…. 물에서 놀고 나오면 떫은 감도 단감처럼 달게 먹었다. 해가 구름 사이로 들어가 버린 날은 새파래진 입술로 오들오들 떨기도 했다. 물에서 나오면 햇빛에 달구어진 돌이 우리의 침대가 되었고, 몸을 바짝 대고 하늘을 이불 삼아 누우면 햇빛이 우리 몸을 말려주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냇가에서 정신없이 멱을 감고 있었다. 물장구도 치고 편을 갈라 물싸움도 하며 놀이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였다. 성애가 물밑에서 귀신이 다리가 끌어당기더라며 파랗게 질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했다. 모두 밖으로 튀어나와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줄행랑을 쳤다. 모두 헉헉거리며 달려온 터라 누가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이 ‘걸음아 날 살려라.’ 했다. 집에 도착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냇가 그 자리에는 물귀신이 있다는 소문이 퍼진 후 친구들은 거기에는 절대로 가지 않았다.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 때 성애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비보를 접했다. 본인이 경영하는 목욕탕에서 미끄러져서 뇌를 다쳤다고 했다. 미인박명이라더니 친구는 허망하게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한동안 그녀의 예뻤던 모습은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 다리를 잡았다던 그 물귀신이 따라다녔던 것인가. 귀신도 예쁜 사람을 먼저 데려가는 모양이라고 우리끼리 수군댔다.

그 여름날의 물귀신 이야기는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 강한 자국으로 남아있다. 물론 친구의 모습과 함께. 달걀귀신, 물귀신, 상엿집 귀신을 생각하면 온몸의 털이 쭈뼛거리고 다리가 뻣뻣해지고 흔들리지 않았던가. 우리는 귀신 이야기를 하며 바들바들 떨었고, 어머니가 들려준 호랑이 이야기에도 두려움을 느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냇가의 물귀신 소동에 지금에야 실소하며 옛 시절 기억을 더듬는다.

물귀신이 성애를 데리고 갔다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해댔지만, 어찌 그런 일이 있으랴. 힘들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소꿉장난 때부터 여태 내 가슴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그녀의 단명이 오늘도 애달프다. 인연이 닿아 저세상에서 또 만난다면 그때 그 시절의 친구로 다시 맺어지고 싶다.

허필현

 
ⓒ 경산신문 

대구수필문예대학 수료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회원
2018.3 등단 (수필과 비평)
gsinews@gsinews.com
“경산신문은 경산사람을 봅니다. 경산사람은 경산신문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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