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西芝 김윤식 시인을 추모하며
2019년 06월 20일(목) 11:10 [경산신문]
 
“..설령 우리들의 머리 위에서/ 먹장 같은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다 쳐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앓고 있는 하늘/ 구름장 위에서/ 우리들의 태양이 작열하고 있기 때문//...// 빛 좋은 개살구로 익어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에/ 아아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모습// ...// 아아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은/ 저리 우리들의 태양이 이글거리기 때문..”

60년 2월 28일, 운문댐 수몰지역인 지촌에서 땅콩농사를 짓던 시인은 사라호 태풍으로 떠내려가고 남은 땅콩을 싣고 대구 염매시장에 팔러 나왔다가 삼덕동 일대에서 학생 시위대에 휘두르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거를 목격하고 이 시를 써서 다음날 신문에 발표했다. 이 시로 인해 시인은 직장을 그만두었고, 피신생활을 거쳐 평생을 지역문화와 언론 창달, 시작활동에 매달렸다.

경산신문 초대주필을 지낸 서지 김윤식 시인의 용천면 덕천리 생가에 지난 8일 표지석이 세워졌다. 이에 앞서 경산신문은 지난 2010년 10월 시비건립추진위(위원장 최희욱)를 발족해 남매공원에 <아직도 체념할 수 없는 까닭> 외 1편의 시비를 건립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4.19 유공자로 건국포장을 추서 받았다. 대쪽 같은 삶과 불꽃 같은 예술혼을 보여주신 시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를 국가와 후배문인, 언론인, 시민들이 보답한 것이다.

지난 8일, 서지 시인이 태어난 용성면 덕천리 덕천길22 생가에는 시인과 함께 삶을 노래했던 동료, 후배문인, 언론인, 친지와 마을주민, 그리고 시인의 제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시인이 만들었던 경산문협이 서지 시인의 생가에 표지석을 세우는 날이었다.

이날 제막식에는 시인의 동료문인이었던 구활, 제갈태일, 도광의 고문과 박기옥 구자도 전 현직 회장들과 사무국장, 회원들이 참석했다. 특히 시인의 경주여고 재직 시 제자였던 정봉자 씨가 참석해 스승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지난 55년부터 58년까지 3년 간 서지 시인에게 배웠다는 정봉자 씨는 “6.25 전쟁 후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하고 매우 어려운 시절, 공납금을 못 내면 교실에 있지 못하게 집으로 보냈는데 그럴 때면 스승님께서 대신 공납금을 내주시곤 했다”며 “너무 늦게 4.19 혁명 유공자가 된 것이 아쉽고 유감이지만 정의롭고 헌신적이며 열정과 사랑이 많으셔서 하늘나라에서도 우리 경산을 돌보고 우리나라를 걱정하시겠지요”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향 경산에서 경산문학회와 한국문협 경산지부를 창립하고, 경산신문 초대주필로 문학과 언론에 헌신해 지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오다 96년 작고한 서지 시인을 중방동 뒷골목 3층 신문사 사무실에서 자주 뵈었다. 꼬장꼬장한 시골선비 모습으로, 약주라도 드시면 불 같은 성격이셨다. 당시 풀뿌리 지역언론이 태동하던 시기라 경산지역에서도 뜻있는 분들이 팔을 걷었다. 언론에 문외한이었던 터라 서지 시인을 주필로 모시고 창간호를 냈다. 92년 3월 7일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산신문이 오늘로 창간 27주년, 지령 1314호에 이르렀다. 시인이 뿌린 씨앗이 유년기를 지난 청년으로 자랐다. 더욱 성장해 경산의 지방자치와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거목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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