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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철한 당신에게 추영희
2018년 10월 28일(일) 18:34 [경산신문]
 

 
ⓒ 경산신문 
그들도 처음부터 떠돌았을까? 시작
은 인간이었을 것이다. 인간에 의해 태
어나 버려진 것들이 버려진 것들끼리 생
을 의존하다 새끼를 낳고 버려진 것들
의 식솔로 계보를 물림했을 것이다. 길
생활을 하는 믹스견은 사람의 눈을 피
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물과 먹이를
어디서 연명한다. 어쩌다 착한 이가 있
어 친절하게 베푸는 물과 사료가 간간
놓이는 곳이라면 그 주변을 터 삼아 그
렇게 의존하며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
다.
집을 나와 돌아갈 길을 잃었거나 버
려진 개들은 사람의 손을 갈구한다. 조
그만 친절로 내미는 손과 음식에도 자
신을 선택하여 집으로 데려가 주기를
간절하게 갈구하며 따라오고 싶어 한
다. 고단한 길 생활이 그들에겐 도처에
위험과 위기다.
품종견, 소형견이 아닌 중대형 믹스
견이 보호소로 잡혀 들어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또 어쩌자고 저 시한부 목숨
이 종료를 대기하려 왔을까. 이들은 입
양이 아니면 안락사로만 이곳을 나갈
수 있다. 짧은 공고기간 10일 후면 보호
로 넘어가고 이때부터 입양과 안락사의
경계 시침이 째깍거린다. 입양이 가능한
시기임과 동시에 마음만 먹으면 안락
사가 될 수 있는 시기가 공고 10일 후에
넘어가는 보호 기간이다.
중대형 믹스견은 개체수 조절 대상
안락사 1순위다. 이러한 믹스견에게는
신고가 오히려 목숨을 단축시키는 잔
인한 투철함이다. 최소한의 물과 밥을
간간 어느 자리에 놓아주면 경계를 풀
고 사람을 고마워하며 그렇게 살다가
도록 눈감아주는 것이 누렁이 믹스 똥
개 이런 이름에게는 오히려 생존을 도
우는 최소한의 보호다.
유기견 보호소를 오해 혹은 맹신하
여 투철하게 보호소로 보내버리는 신
고정신 때문에 잠시 집을 나왔거나 마
실 나왔다가 그냥 두면 집을 찾아갈 개
들이 돌아갈 길을 영원히 놓치고 말 수
도 있다. 유독 품종견, 소형견을 애완
으로 선호하는 대한만국에서는 주인
이 나타나서 보호소에서 귀가할 확률
이 1%도 안 된다. 결국, 차고 습한 철창
속에서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절망하고
두려워하다 별이 되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유기되고 버려진 개를 모두
신고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당연히 그
런 개들은 보호소 공고로 등록해야 주
인을 찾을 수 있고 입양자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떠돌이 믹스견이나 마실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갈 개들을 잡아
가버리면, 공고정보 시스템이니 유기견
사이트니 앱이니 실종 등록이니 하는
디지털 시스템을 알지도 못하고 방법도
모르고, 보호소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
들이나 노인들은 찾지를 못한다. 그래
서 주인이 있다는 표시로 목줄을 건 개
들조차 보호소로 들어와 생을 마감한
다.
그냥 두면 숨어서 누추하게라도 떠
돌며 자유롭게 살아갈 개들이 무엇이
그리도 불편하고 뭐가 그리 삶의 질서
를 어지럽힌다고 하는가. 실종한 도덕
과 정의와 이기적 폭력성은 잘도 묵인
하고 방조하고 공조하면서 이 힘없고
나약한 짐승들에게는 이리도 투철한
만물의 영장 노릇을 하시려는가.
이 땅에 한 목숨으로 왔 으니 최소
의 영역으로 몇 년을 숨어서 배회하면
서 조금 살다가려는 데 집으로 들이지
는 못할지언정 묵인하고 좀 놔두면 안
되는가. 운 좋게 빈집이나 구석진 외딴
곳에서 차디찬 땅을 견디며 어떻게 먹
이를 구하여 사는지 삐쩍 마른 몸으로
쓰레기를 뒤지는 믹스견, 똥개들. 길동
무처럼 오다가다 만난 지들끼리 의지
삼아 두세 마리 같이 다니는 목숨들.
의지하고 기댈 가림막 하나 없고 일용
할 양식이 언제나 절박하고 모자란 그
들. 그렇게 위험하게 간당간당 살아가
는 짧은 길 생활을 조금 눈감아주면
안 되는가. 이 지구별에서 사람과 식물
이 어우러지듯 저토록 아름다운 꼬리
를 흔드는 선한 것들이 공존하면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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