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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길에서
2019년 12월 19일(목) 10:16 [경산신문]
 
영화 「더 로드」는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더 로드」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거대 재앙이 휩쓸고 간 세상은 온통 회색 빛깔로만 차 있다. 모든 식물들과 생물이 말라 죽는다. 모든 문명의 기능이 폐물이 되어버리고 약탈과 서로의 경계와 서로의 위협만 인간 사이에 존재할 뿐이다. 그곳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바로 인간이다. 결국 최종 식량은 인간이다. 힘 있는 생존자들은 인간 사냥꾼이 된다. 어린 여자아이를 잡아 임산부로 길러 애를 낳게 해서 아기를 잡아먹는다. 덫을 놓아 생존자들을 잡아 살아있는 상태로 신체의 일부를 조금씩 잘라먹는다. 푸줏간 고기처럼 갈고리로 걸리는 인육, 그리고 짐승의 생피를 짜마시듯 인간의 생피를 흡혈하는 식생은 인간의 품격을 모두 상실한다. 견딜 수 없는 공포와 식인 사냥의 끔찍한 도살의 위협에서 죽는 게 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신들이 곳곳에 목매단 채 발견된다. 어디든 몸 숨길 안전처는 마땅치 않다.

소설은 부랑자 차림의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이불과 비닐 방수포가 담긴 식료품 커트를 끌고 무작정 길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해어진 신발을 감싸 신으며 남쪽으로 가면 해를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앞날을 알 수 없는 길을 떠난다. 식인의 위험을 피해 남쪽으로 길을 떠나며 병들어가는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깨어있을 것, 도망칠 것, 숨을 것, 무엇보다 인간으로부터 피해야 할 것은 인간의 천적이 인간이 되어버린 인간 멸종의 종말적 모습이다. 약탈과 경계보다 먹잇감으로 포획되는 인간성의 상실이 더 끔찍한 절망이다.

영화의 이러한 장면들은 인간의 눈을 피해 숨어 사는 위태로운 목숨들의 상황과 오버랩 된다. 식용으로 인간을 길러 아기를 낳아 잡아먹듯 식용으로 개를 길러 번식시켜서 잡아먹는 식음이 끔찍하게 오버랩 된다. 언제든 먹잇감으로 노려지고 잔인하게 임의도살되어 목 매달리고 불로 지지고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질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이 땅의 개들, 영화에서 인간의 천적이 인간이듯 개의 천적이 인간인 이 땅에서 이들의 공포와 고통은 오죽하랴.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죽는 게 사는 것보다 더 축복일 것 같은 것이 마치 이 땅의 개지옥 도살장과 번식장을 보는 느낌이다.

「더 로드」속 세상에서처럼 식량과 자연이 소멸한 것도 아니고 천지간 식품과 식물이 널려있고 그득한 음식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건강식품 보조식품들이 넘쳐나는데 이토록 끔찍한 공포를 식음해야 하는가? 너무 먹어서 탈이 나는 지금에서조차 인간의 격을 상실한 도살과 식음을 자행하여야 하는가?

길 위의 생은 먹이를 찾아 떠도는 것만으로도 힘겹고 고달프다. 인간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숨어들지만 그렇게 숨어서 몇 년을 살고자 하는 것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최소한 그냥 두는 것만이라도 허용해 주면 안 되는가? 그렇게 살아가게 허용해주면 누군가 밥을 놓아주는 손들이 있다. 그 밥을 의지해 숨어서 살아가는 위태로운 목숨들이 그나마 먹을 것이 있다면 먹을 것이 없어 허기진 몸을 숙여 농작물을 헤치진 않을 것이다.

죽음과 질병과 로드킬의 위험에다 가징 큰 인간의 위험까지 더하여서 숨고 도망가고 잠들지 못하는 이들의 고단함이 「더 로드」의 인간들에게 그대로 돌아가 있다. 식음의 격을 상실할 때 인류는 종말이다. 가장 가까이 공감하고 인간을 끔찍하게 사모하는 생명체를 먹이로 대하는 잔혹한 자세에서 최후의 생존과 식탐의 희생물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잠재적 폭력성에 공포스럽다.

길 위의 가파른 것들이 이 겨울 혹독한 노숙과 허기를 어떻게 무사히 지날지. 농가로, 폐가로, 폐비닐 무더기로 추위를 피해 숨어드는 것들이 이 땅에 잠시 살다 가도록 부디 그냥 두기를.

추영희
교사, 시인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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