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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하고 싶다
2019년 12월 26일(목) 13:43 [경산신문]
 
경산 법인택시 기사들이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한 지 190일이 넘었다. 3개 법인회사 중 한 곳은 전면파업 40일을 맞이했다. 40일 간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으면 할 수 있는 일은 겨우 대리기사다. 대리기사 자리도 지금은 음주단속과 불경기 탓에 일거리가 그리 풍족하지 않다.
이런 기사들의 배고픔을 간파한 사측은 동의서를 쓰면 일을 주겠다며 유혹하고 있다. 이미 한 회는 80%가 넘는 기사들이 동의서를 제출했다. 다른 한 회사는 절반 넘게 동의서를 내고 업무에 복귀했다. 전면파업으로 직장이 폐쇄된 한 회사만 아직까지는 동의서를 낸 기사가 없지만 연말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극한 상황으로 달리고 있을까.
택시기사들은 대법원 판결로 사측이 내놓아야 하는 퇴직금에서 답을 찾고 있다. 한 회사대표로부터 퇴직금 8억 원을 주느니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동의서 3항과 4항이 바로 퇴직금 중간정산, 민형사상 고소고발 금지를 담고 있는 것이 방증이다.
그런데 이런 법인택시 사측과 노동자들 간의 극한 대립에 지자체와 노동청이 모두 법령에 의한 조치만 원론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40일째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은 바로 경산시민들이다. 그들에게 긴급 구호자금이라도 지원해야 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다들 연말연시다 성탄절이다 가족과 지인들과 송년과 해맞이로 들떠 있는 이때 이들은 쥐꼬리만한 벌이라도 운전대만 잡을 수 있다면 외치고 있다. 파업 중이라도 업무복귀를 신청하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 틈을 노린 사측은 동의서라는 ‘신체포기각서’를 들이밀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운전대를 잡고 싶은 기사들에게 퇴직금도 중간정산하겠다, 민형사상 고소고발도 하지 말아라, 수입금은 6대4로 가르자고 협박하고 있는 꼴이다.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산시도 고용노동청도, 사측도 모두 이 같은 동의서 징구 및 동의서 제출 기사에게만 업무복귀를 허용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여기고 있으면서도 법 절차와 그에 따른 후조치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세모에 무슨 변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사측에 유리한 동의서에 서명한 기사에게만 운전대를 잡게 하는 행위와 함께 법령과 대법원 판결에 준한 임금채권을 포기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강요하는 행위는 노예계약을 맺으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삼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정책위원장은 파업 중이라도 업무 복귀 의사를 밝히면 조건 없이 복귀시켜야 하는데도 신체 포기 각서나 다름없는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고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히고 있다. 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법절차가 진행되는 중에는 지자체는 긴급구호자금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경산시를 압박하고 있다.
경산시는 단체교섭에 관한 사항이라 개입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측도, 기사도 모두 경산시민이다. 며칠 남지 않은 연말, 송년이다 새해맞이다 분주한 이때 우리의 아버지고 아들인 이들에게 2020 시정연설에서 밝혔듯이 ‘일자리가 넘치는 풍요로운 경제중심도시 경산, 소통·공감으로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행복한 희망경산’을 안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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