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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변증법
2020년 01월 16일(목) 21:30 [경산신문]
 
‘도시에서의 일상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이는 경자년 새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신년 화두이다. ‘도시, 일상, 정의’ 복잡한 의미와 개념을 내포한 이 용어들은 접근 방식에 따라 가벼울 수도 무거울 수도 있다. 가볍게 접근을 하면 도시에서의 하루하루의 일상적 삶을 되새겨보면 될 것이지만, 무겁게 접근하고자 한다면 ‘도시에서 우리의 일상은 무고한가?’정도면 적당할 것 같다. 즉, ‘도시와 사람’, ‘사람과 삶’, ‘삶과 안녕’ 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설정해보면 비교대상에 의해 보다 구체적으로 무게감이 전해질 것이다. 직관적 판단이 아닌 분석적 판단으로써 도시를 들여다보기 적절한 무게감이라는 의미이다.

도시의 변증법이란 무엇인가? 뉴욕시립대 교수인 데이비드 하비는 「맑스 자본 강의(2010)」를 통해 한국에서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행정중심 복합도시 국제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총7인의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출품작들에 대한 행정수도로서의 형태적 상징성과 현실적 함의에 대해서만 논하고 있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이 디자인(도시)에서‘여기에 새롭게 만들어질 자연(생태학적으로)과의 관계는 무엇인가? 새로 형성될 사회적 관계는 어떤 것인가? 여기에서 이루어질 생산과 재생산 체계는 어떤 것인가? 이 도시에서 일상생활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일상생활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이 도시에서 적용될 정신적 개념과 상징들은 어떤 것인가? 여기에 건설될 도시는 민족적인 기념비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인가, 아니면 코스모폴리탄적 장소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인가?’

이 질문들은 그동안 우리의 디자인 공모심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혁신적이고 분석적 관점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의 관점이 의미 있는 이유는 도시의 보편적 기준과 일상에 대한 변증법 문제제기 방법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도시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징 개념만을 바라볼 때, 도시의 변증법은 도시의 내면을 대립구도로 드러냄으로써 분석적 판단을 유도한다. 도시는 좀 더 깊고 넓게 바라 볼 필요가 있는 대상이다. 하비가 우리의 도시에 던진 냉철한 질문들처럼,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의 삶에 대해 분석적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도시문제에 대한 분석적 판단에 익숙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도시의 개발과 경영은 지극히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의한 것이며, 이는 도시를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로 분리하여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도시의 상부구조에 있다는 교리적 가르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상부구조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도시는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사회적 토대, 즉 평범한 도시민들의 일상에 의해 만들어지며, 움직이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도시 일상은 무고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비의 다섯 번째 질문 ‘도시의 정신적 개념과 상징’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는 신도시 세종시에 어떠한 도시DNA를 심을 것인가로 이해될 수 있다. 도시DNA는 도시의 역사, 기억, 기록이다. 도시를 살아가는 ‘도시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추억 속에 공통으로 각인된 일상의 이미지’이다. 일상은 추억과 조우할 때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 우리의 도시는 추억을 잘 간직하고 있는가? 기억을 더듬어 가면 추억을 만날 수 있을까? 올해는 이에 대해 변증법적 질문을 많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정수
공학박사, LJS도시건축연구소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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