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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배려
2019년 08월 14일(수) 12:31 [경산신문]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달라이 라마 천안 개도살 농장 현장을 케어가 급습했다. 산채로 목매달아 불 태워 죽이는 도살 급습 장면이 라이브로 방송되었다. 20년간 이런 방식으로 도살했다고 한다. 고통을 소리 내지 못하게 목을 매단 상태에서 입을 먼저 불태웠다고 한다.

농장은 참담했다. 수십 년간 쌓인 오물과 배설물 더미가 온 바닥을 뒤덮고 발 디딜 곳이 없다. 개들은 바깥에 그대로 묶여 그늘막과 지붕이 없이 노출되어 있다. 똥무더기 위에서 새끼를 낳고 젖 물리고 그러다 잔인하게 도살되어 온 것이다.

목매달아 죽이는 행위, 산채로 불태워 죽이는 행위, 동종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는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식용 개농장과 도살장이 세계 유일하게 있는 나라, 불법 개농장 도살 현장이 대부분 이런 현실이다. 이 고통의 현장에 떨고 있는 개들을 구조한다는 것은 너무나 절박하다. 이는 엄청난 위험과 위협이고 부담이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구조견들을 수용하고 보호할 시설이나 입양처가 없는 현실이다.

케어의 안락사를 무조건 비난할 수 없는 것은 이렇게 처참한 개농장과 도살이 가능한 원인이 존재하는 현실 때문이다. 사는 게 죽음보다 고통스럽고 죽음조차도 참혹한 극한의 고통으로 맞는 개식용 문화가 양산한 개농장의 잔혹한 현장이 있기 때문이다.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고 하고 시행한 것은 잘못이지만 케어의 안락사 자체를 비난할 상황은 아니었음은 인정한다. 아쉬운 것은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상황을 사과하고 지금처럼 이 고통의 현장을 공개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보호시설이나 대책을 마련해주든지 개인이나 단체나 보호자금을 후원하거나 입양하거나 분산 구조해주지 않으면 여력이 되지 않아 인도적 안락사로 보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정공법으로 노출했더라면 싶다. 안락사가 최선이란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식용견 농장과 잔혹한 도살의 현실에서 고통의 최소화라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최후의 상황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죽을 목숨 구조해서 안락사 시킬 바엔 구조하지 말고 그냥 죽게 그대로 두라는 말은 소름이 돋을 만큼 이기적이다. 동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관리적 측면만을 생각한 관점이다. 그냥 두면 어찌 되는가? 편히 잘 보호하다 편히 죽이는가?

지옥보다 깊은 고통과 공포 속에 감금된 목숨들이 죽음이라도 고통 없이 맞도록 하는 것이 이 땅에 식용견으로 온 가련한 목숨들에 대한 보잘 것 없는 애도가 아닌가? 마지막 배려가 아닌가? 고통스럽게 살다 잔혹하게 도살되느니 얼마간이라도 제대로 된 물과 밥 먹다가 고통 없이 안락사를 시키는 게 조금 더 인도적일 것이다. 그 안락사가 싫으면 비난만 하자 말고 입양이나 후원으로 보호되도록 하거나 정부나 국회에 법이 통과되도록 힘을 넣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입양이나 후원이나 타 기관이나 단체가 움직이지 않아서 다 살려 보호할 수 없는 시설과 여력의 분량만큼 안락사 되었다면 누구도 안락사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생존의 욕구와 본능이 있듯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본능적으로 가진다.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에 직면했을 때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만이 가지는 감정이 아니다.

나는 안락사 옹호론자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의 현실에서 고통의 최소화라는 지극히 기본적 인도주의와 최소한의 배려라는 피치 못할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똥밭에서 쓰레기를 먹고 추위와 더위에 감금되어 죽음을 대기하다가 목이 매달려 산채로 불태워 죽는 죽음을 원하는가? 그 현장을 탈옥하여 편히 죽고 싶은가? 당신과 당신의 자녀라면 어느 구호 단체가 다 데리고 갈 수 없다 하여 그대로 남겨두고 돌아설 때 그 절망감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추영희
교사, 시인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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