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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22일(목) 11:34 [경산신문]
 
동북아 정세는 경제침략을 정치의 ‘일상’으로 만든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서 요동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미국과의 유리한 협상을 위해서 애꿎게도 남한 때리기에 여념 없고 도가 지나치다는 인상마저 준다. 이틈을 타서 자신들의 경제문제 해결과 장기집권에 대한 야욕을 앞세운 아베 정권이 한국에 시비를 걸어 와서 나라가 연일 시끄럽고 뜨겁다. 항일과 극일을 앞세운 우리 정부는 경제적 자립과 자주를 강조하고 국민들은 일본제품 불매에 나서고 있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강제노역을 둘러싼 공방이 연일 이어진다. 이런 다툼이 국가와 국가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같은 한국인 사이에서도 큰 입장 차이를 보이기에 매우 안타깝다.

서울대학교 교수였던 이영훈 교수는 5명의 공동 저자들과 펴낸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통해서 새롭지 않은 ‘식민지 근대화론’을 끄집어냈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이 책이 기획에 의한 책이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힘들다. 몇 년 전 <제국의 위안부>를 펴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박유하 교수는 이영훈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 진실도 있다고 그를 은근히 옹호하고 나선다. 이영훈, 박유하 이 둘의 공통된 발언은 “이 사회는 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는가?”라고 외친다.

물론 소수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역사의 소수이자 약자였던 강제노역 노동자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완전한 문제해결을 제기하고 있다. 이영훈, 박유하와 같은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주장이 어떤 증거에 입각하지 않고 ‘억지’를 쓴다고 보일 것이다. 자신들은 발견한 자료에 따른 매우 균형 잡힌 의견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지식인들의 민낯에서 창백한 잔인함과 오만함을 본다. 그들에게 국민들이란 자기 판단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들로 보일 것이다. 그들은 집단지성을 전혀 믿지 않을뿐더러 소수에 의해서만 역사가 전개된다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 소수는 그 자신들이다.

이렇듯 일본과의 관계가 안팎으로 흉흉한 시기에 일본 손님들이 경산을 찾아왔다. 그들이 찾은 곳은 케이팝이 불리는 공연장도 아니고 관광명소도 아닌 경산의 코발트 광산이었다. 그들은 히로시마 교원조합 교사, 학생들로 지난 12일 이곳을 방문했다. 일본 손님들의 이번 방문은 국가와 국가 간의 갈등을 넘어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보편적인 가치를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였다. 일본과의 갈등을 둘러싸고 위안부, 강제노역 같은 어두운 문제는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인제 그만 이야기하고 밝은 미래만을 바라보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논리는 경산시 평산동의 코발트 광산의 존재에 대해서도 ‘밝은 미래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경산시 평산동의 어둡고 축축한 이곳을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할 거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경산을 위해서 코발트 광산을 어떤 시선과 태도로서 바라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곳을 완전히 잊히게 하거나 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혹여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얼마 있지 않아서 다시 회자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극적으로 이곳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인제 그만 쉬쉬하고 적극적으로 코발트 광산을 품어보자. 그러기 위해서 진상규명만이 아니라 코발트 광산을 통해서 보편적인 인간 가치와 연결된 ‘여러 방향의 가능성’을 이야기해보자.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결과로 얼마나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는가를 우리는 지금 너무나도 실감 나게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최성규
미술중심공간 보물섬 대표, 작가
gsinews@gs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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