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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戰爭)과 다람쥐 4
2019년 09월 05일(목) 11:13 [경산신문]
 
대낮의 밝은 햇살이 그 위에 부어지고 있었다. 아직 활짝 피지 못한 꽃망울들이 여읜 목을 가지런히 들고 부드러운 바람에 물결을 지었다.


저기 다람쥐가, 욱은 정신없이 그리로 발길을 내디뎠다.
“억시기 답답했을 끼라, 죽었는지도 몰라.”

욱은 온통 그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산이 찌릉 울릴 만큼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을 때 욱은 기급을 하듯 놀랐다.

“갓뎀! 게라웨이!

돌아보니 그 거인이 퉁방울만한 눈알을 부라리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욱은 구르듯 그 앞을 도망쳤다.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간이 콩알만해지고 머리끝이 쭈뼛했다.
한참을 내처 뛰다가 풀썩 넘어졌다. 얼른 일어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그 거인 녀석은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먼저처럼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아주 통쾌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떨어져 있는데도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욱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 생각도 않고 꼿꼿하게 선 채 그를 잔뜩 노려보았다. 이를 꼭꼭 깨물면서 속으로 막 욕을 했다.

그래도 그 거인 녀석은 자꾸 웃었다. 아주 재미난다는 듯이, 웃지 않고는 도처히 못 배기겠다는 듯이 연방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껄걸 웃어 젖혔다.
욱도 그만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장난인 것 같다. 그저 장난으로 한번 그래본 것 같다 공연히 겁을 집어먹었던 게지.

거인은 웃음을 그치더니 이번에는 손짓으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빙글빙글 사람 좋아 뵈는 웃음을 띠고, 그 기다란 팔을 휘이 저어 보였다. 가슴에 달린 포켓을 툭툭 쳐 보이면서 자꾸 오
라오라 했다.

괜히 쑥스러워진 욱은 어설프게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적긁적했다. 그러고는 다시 비실비실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마자 거인을 욱을 냉큼 잡았다. 욱은 속았다 싶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꼼짝없이 잡힌 것이다,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그러자 거인이 또 한바탕 웃었다. 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욱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었다. 머리를 쓸어주고, 귓불을 잡아당기고, 볼을 흔들더니 나중에는 껌까지 한 통 주었다.
욱은 아주 완전히 안심을 했다. 역시 좋은 사람이다. 내가 공연히 겁을 먹어서 그랬지. 욱은 거인을 쳐다보며 자구 웃어 보였다.

껌을 하나 꺼내어 껍질을 벗기려고 했더니 거인이 날름 받아 말짱 까서 입에 넣어 주었다. 그러고는 아까는 미안했다는 듯이 욱의 어깨를 정답게 두들겼다. 끝내는 악수까지 했다. 욱은 그에게 머리를 꾸뻑해 보이고는 껌을 우물거리면서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어서 다람쥐를 찾아서 집으로 돌아가야지, 가서 동네아이들한테 자랑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욱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막 뛰어가려는데 누가 또 덜미를 꽉 잡았다.

역시 그 거인이었다. 욱은 전보다 더 놀랐다. 입만 딱 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
거인은 굉장히 노한 얼굴이었다. 통방울만한 눈이 잡아먹을 듯 쏘아 보았다. 입은 앙다문 채 말 한마디 없었다. 억센 팔로 욱을 냉큼 들어 문 밖으로 나오자 그대로 길바닥에 던져버렸다.
먼지와 자갈투성이의 길바닥에 떨어진 욱은 그저 멍멍할 뿐이었다. 무어가 무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꼭 도깨비 놀음만 같았다. 머리맡 저만큼 굴러가 있는 껌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노랑털이 부스스 돋아난 손이 그것을 집어갔다. 곧 벼락 같은 소리가 울려왔다.

“게라! 갓뎀!”

욱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정신없이 마구 뛰었다. 텅 빈 머리가 어쩐지 무거워졌다. 길바닥이 울퉁불퉁하고 자갈이 움찔 움찔했다. 어지러웠다. 머리가 빙빙 돌고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더니 마침내 픽 쓰러졌다.

입 하나 가득 황토 먼지가 괴어들었다. 매캐한 먼짓내가 코를 찔었다.
욱은 그 먼지투성이의 얼굴을 들고 저 앞 들판으로 뻗어나간 길을 바라 보았다. 황토흙과 자갈이 깔린 신작로가 들판을 지나서 멀리 산발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기운 오후의 햇빛 아래 하얗게 굽이쳐간 그 길이 아득히 사라지는 골짜기엔, 무수한 사람들의 대열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우현 역 쪽으로 뚫린 널따란 국도로부터 밀려온 그 인간의 물결은 시방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흘러넘쳐 저 너머 보이지 않는 남향 대로를 해종일 밀려갈 것이었다. 전진에 그을은 군복의 물결, 피난민의 대열-언제나 남으로만 흐르는 거대한 강물인 것이었다.

그런 모든 알 수 없는 것들을 욱은 얼마나 신비롭게 생각했던가. 밤하늘을 나는 신호탄의 파란 불꽃, 멀리서 울려오는 희미한 총성, 밤마다의 끝없는 자동차 행렬…. 욱에게는 그런 것들이 참으로 신비로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골짜기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콧날이 찡해 왔다. 공연스레 울고 싶어졌다. 자꾸만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욱은 천천히 일어섰다. 저만큼 굴러 있는 책보를 주워들고 터벅터벅 집을 향하여 걸었다. 아주 힘없이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걸어갔다. 입안에 먼지와 함께 씹히는 것이 있었다. 혀를 굴러보니 껌이었다. 퉤! 하고 뱉어냈다. 길바닥에 떨어진 놈을 발로 싹 비볐다. 그 위에다 침까지 탁탁 뱉었다.
다음날 아침, 욱은 되려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었다.

“사람도 지 구실을 다 몬하고 막 죽어가는 이 난리에 그까짓 다람쥐가 머시 그래 중하노, 이 소갈머리 없는 자석아, 총에 맞아 죽는 사람, 배곪아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순데 그깐놈의 다람쥐 하나 죽는 게 머가 그리 애통하노!”

욱은 고개를 떨구고 가만히 있었다.

“…인자, 다시는 코쟁이 앞에 가 얼찐대지 말아. 그카다가는 니 명대로 살도 목하고 죽을 끼라.”

욱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그래도, 그래도, 하는 말이 자꾸만 목구멍을 넘어오려고 했다.
어머니는 차라리 욱을 달래려고 했다.

“다람쥘랑 말이다, 동네 나무꾼들한테 부탁해 갖고 크다란 걸로 잡아 다주께. 그걸랑 잊어뿌라. 그라고, 오늘랑 학교도 가지말고…. 코쟁이들이 참 무섭다 캐쌌더라.”
그러나 욱은 학교로 달려오고 말았다. 그 조그만 새끼 다람쥐가 인제 참말로 다 죽어갈 거란 생각에 욱은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동하

 
ⓒ 경산신문 

서울신문 신춘문예 ‘전쟁과 다람쥐’ 등단
보관문화훈장 제9회 무영문학상
김동리기념사업회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 회원
gsinews@gsinews.com
“경산신문은 경산사람을 봅니다. 경산사람은 경산신문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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