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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물항아리의 나눔과 배려
2020년 03월 19일(목) 11:26 [경산신문]
 

 
↑↑ 여수경(한빛문화재연구원 책임연구원)
ⓒ 경산신문 
2020년 2월 전국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늘 반복되는 일상이 어렵게 되었고, 불안하면서도 답답한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를 보기 위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한 통의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전송되었다. ‘봄을 부르는 부적’이라는 명칭의 사진과 그 아래에는 휴대폰에 꼭 저장할 것이라는 영문이 적혀 있었다. 미얀마 샨주에 거주하는 빨라웅족(미얀마 내 소수중족)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이다. 손바닥 그림과 함께 알 수 없는 빨라웅어가 적힌 부적을 보는 순간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하루 종일 험한 산길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찾아갔을 친구의 수고와 나를 기억하는 마을 장로가 걱정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었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은 곧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2014년 10월 미얀마 양곤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곳곳에 위치한 항아리를 보고 의아했었다. 도대체 무엇에 사용하는 물건인가 궁금해 하며 쳐다보고 있을 때, 길을 지나는 이가 항아리에 멈춰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시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이방인인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었고, 위생을 의심하며 물을 마신 이를 걱정하기도 하였다.

미얀마인이 주저하지 않고 사용했던 것은 예오라 불리는 물항아리이다. 미얀마어로 물이라는 뜻의 ‘예’와 항아리는 의미의 ‘오’의 합성어인 ‘예오’는 말 그대로 물항아리이다. 우리의 복주머니와 같은 모양으로 입구에는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작은 뚜껑이 있다. 둥근 모양의 바닥으로 삼발이 또는 둥근 받침대 위에 놓아 세워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예오의 겉면은 배어나온 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표면에 배어나온 물만큼 항아리 안 물의 양이 줄어들면 다시 깨끗한 물로 채워야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새는 토기 예오’는 조금씩 물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항아리 안 물이 썩지 않도록 한다. 예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세울 수도 있다. 예오를 놓은 사람은 책임지고 물을 채우고 관리해야 한다.

고대 인도 마우리아 왕조의 강력한 통치자였던 아쇼카왕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예오의 풍습은 사실 미얀마만의 것은 아니다. 동남아시아 일대 흔하게 행해졌던 것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단되었고, 미얀마를 비롯한 태국과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의 경우 전국적이으로 행해진다는 사실에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기도 한다. 혹자들은 미얀마의 예오를 독실한 불교도인 미얀마인의 내세관에 따른 종교적 기부행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미얀마에서 예오는 경제적인 여유와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든지 나눔과 배려를 실천할 수 있는 대표적인 행위이다. 예오는 내가 놓고 싶은 곳보다는 타인이 필요한 곳에 세우는 것이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화려하게 세우는 것 보다 마음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예오를 세운다. 이에 예오는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유래 없는 코로나19로 몸도 마음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때 미얀마의 물 항아리 ‘예오’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주노동자로 성서공단에서 일하는 미얀마 친구는 매월 급여에서 적지 않은 돈을 모아 본국의 작은 도서관 운영과 건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타국에서 살기도 힘든데 뭐 하러 그렇게 보내냐”는 나의 핀잔에 그는 “여유가 있어서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있어서 보내는 것이니 괜찮다”고 한다. 여유가 있지만 마음이 앞서지 못했던 나는 선반 위 예오를 바라보면서 나눔과 배려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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